미국 현대 문학의 최고작 속에 숨겨진 대중문화 코드
미소가 매력적인 한 젊은이가 있었다. 가난했던 그는 성공을 꿈꿨고 가명을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쟁에 참전한 연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부호의 아내가 되고 만다. 가진 것이라곤 가짜 신분이 전부였던 그는 다짐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겠노라고, 어엿한 모습으로 그녀 앞에 다시 서 당당히 자신의 사랑을 되찾겠노라고.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녀와 재회한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의 바람대로 흘러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희망이 무르익을 즈음 파국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아마도 어제 본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익숙할 것이다. 사랑과 성공을 위해 야망을 불태우는 주인공의 스토리는 통속적이고 뻔하지만 첫사랑 이야기처럼 언제나 솔깃한 소재이자 대중문화의 한 축을 책임지는 매력적인 코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위의 이야기는 새로 방영될 월화 드라마의 도입부가 아니다. <모던라이브러리>와 <타임> 지가 각각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학’ 중 하나이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 T. S. 엘리엇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등 당대 유명 작가들이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호평한 소설이자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바로 『위대한 개츠비』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평가는 마치 주인공 개츠비가 산 오해와 비슷하다. 신흥 부호 개츠비는 베일에 싸인 과거와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무성한 소문에 휩싸이며 범접하기 힘든 인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의 내면에는 미련한 순정과 미숙한 열정처럼 전혀 새로운 모습이 가득했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마어마한 문학적 타이틀과 수식어가 풍기는 고고함과 도도함은 독자들로 하여금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앞에서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의 내면은 지금의 우리가 열광하고 즐거워하는 이야기 그 자체다. 그리고 이번에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에서 출간된 완역본 『위대한 개츠비』는 독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작품이 지닌 진정한 매력을 오롯이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시대 감각을 반영한 번역과 상세한 해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 때보다 가볍게 책장을 넘기도록 그리고 큰 여운을 간직한 채 묵직하게 책을 덮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위대한 비극을 직시하여 내면의 상실을 치유하다
1925년 첫 출간된 피츠제럴드의 세 번째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에서만 한 해에 30만 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이며 전 세계 2,400여 개 대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하고 있는 작품이다. 『상실의 시대』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피츠제럴드를 꼽았고 자신의 작품 속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언급하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또한 할리우드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개츠비 역을 맡은 영화가 제작되어 2013년 개봉할 예정이다. 이처럼 『위대한 개츠비』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경제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여 부와 자유가 충만해졌다. ‘재즈 시대’라고 일컫는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풍요로웠던 1920년대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무책임과 허영과 이기주의도 팽배해졌다. 당시의 젊은이들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상실한 채 깊어지는 고독 속에서 삶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성공에 집착하거나 술과 오락이 넘쳐나는 파티를 반복하며 상실해 버린 어느 부분을 채우려고 들었다. 피츠제럴드 역시 재즈 시대를 살았던 전형적인 젊은이 중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랑과 순정, 배신과 복수, 성공과 야망이 난무하는 로맨스 속에 비뚤어진 욕망과 허황된 환상, 물질문명의 싸늘한 이면 등 당시의 사회상을 담아냈고, 파티장의 화려한 빛과 그 이면에 도사린 암울한 그림자를 절묘하게 조율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특유의 풍자와 유머, 감성적인 묘사까지 곁들여져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한 것이다.
부와 성공과 잃어버린 사랑에 집착하던 개츠비의 파멸은 다양한 지역과 세대의 독자들로 하여금 바쁜 현대를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렸던 꿈과 순수와 열정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하여 『위대한 개츠비』는 독자들에게 대중적인 재미 이상의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며 내면의 부족분을 채우는 치유의 아이콘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세상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상실의 폭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진가는 끊임없이 주목받고 회자될 것이다. 우리가 개츠비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주요 내용
닉 캐러웨이는 군대를 제대하고 가문의 보금자리였던 서부를 떠나 동부로 향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많은 부와 인재가 동부로 모여들었다. 웨스트에그에 자리를 잡은 닉은 옆집에 사는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매일 밤 화려하고 성대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 그는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었지만 범죄와 연관된다는 의심과 소문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친척 동생인 데이지와 연인 사이였다는 과거가 밝혀지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5년 동안 인내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했다는 개츠비의 속사정을 알게 된 닉은 그의 순정을 깨닫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 친구가 된다. 그러나 닉의 대학 동기이자 데이지의 남편인 톰과 개츠비가 마찰을 일으키고, 데이지가 운전하던 차가 톰의 내연녀 머틀을 치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데이지는 톰과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데이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츠비는 머틀의 살인범으로 오해한 그녀의 남편 윌슨에게 쓸쓸히 살해를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