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페르시아 서사시가 전하는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천년지애
과거에는 ‘중국의 서쪽 지역’이라는 뜻의 ‘서역’이라 불린 지금의 중앙아시아는 알게 모르게 우리 역사에 지속적으로 그 그림자를 드리워 왔다. 향가 <처용가>를 지어 부른 처용의 아랍 상인설, 신라 원성왕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경주 괘릉의 무인상, 신라 고분 금관총에서 출토된 코발트색의 유리그릇까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기록과 유물들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0여 년 전에 동서양의 무역로인 ‘실크로드’를 사이에 두고 서역인들과 우리 조상들이 교류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2010년 어느 날, 오랜 세월 구전으로 전승되었던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에서 신라의 이름이 발견되면서 한반도의 한 시대를 호령한 신라의 우수한 교역 문화가 또 한 번 증명되었다. 강국 중 강국이었으나 아랍의 침공으로 멸망한 사산 왕조 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틴이 신라로 망명하여 신라 공주 파라랑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쿠쉬의 책’이라는 뜻을 지닌 <쿠쉬나메> 속에 생생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또한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페레이둔이 장성하여 페르시아를 되찾고 어머니의 나라인 신라와 끊임없이 협력하며 슬기롭게 치국(治國)하는 내용까지 그려져 있어, <쿠쉬나메>의 발견은 신라 역사 연구는 물론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고대사 연구에 새로이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본격 문학 시리즈 <푸른도서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청소년 역사소설 『신라 공주 파라랑』은 페르시아의 고대 서사시 <쿠쉬나메>의 시공간적 배경을 확장하여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신라 공주 파라랑의 역동적인 삶을 펼쳐 나간다. 나라를 잃은 페르시아 왕자와 혼인하여 항쟁의 중심에서 사랑으로 고난을 이겨 나가는 신라 공주 파라랑의 성장 기록과 같은 『신라 공주 파라랑』은 당장 내일이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인간 본연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숨 돌릴 틈 없는 경쟁 사회에서 자칫 자아의 소중함을 잃기 쉬운 청소년들이 신라 공주 파라랑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를 향한 신뢰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희망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신라의 막내 공주, 페르시아의 여제가 되다.
한때 세계 문명의 중심이었던 사산 왕조 페르시아는 7세기 아랍군에 의해 멸망한다. 나라를 잃은 황제는 주변국들을 떠돌며 아랍군에 끊임없이 저항하지만 결국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도시 메르브에서 암살당한다. 이에 페르시아 황자 피루즈와 그의 아들 나르시에는 당나라로 망명하고, 이들 역시 당나라 말기 일어난 황소의 난 이후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다. 한때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뜻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에서 셀 수 없는 수의 속국으로부터 사절단을 맞이할 만큼 번영했던 나라 페르시아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서 끝이 난다.
그러나 찬란했던 페르시아의 과거를 기억하는 유민들은 자신들만의 구전 설화 <쿠쉬나메>를 만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지탱했다. 페르시아의 마지막 혈육이자 신라 공주 파라랑의 아들인 페레이둔에 의해 다시금 전성기를 맞는 페르시아를 꿈꾸며 그들은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그리고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지던 이 희망의 노래는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연구되기 시작하며 마침내 21세기 오늘날 한반도에 닿을 수 있었다.
먼 바다를 건너 가야로 온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삶과, 철을 바탕으로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했던 가야의 역사를 한데 녹여 낸 『허황옥, 가야를 품다』를 통해 이미 한 차례 역사에 대한 넓은 안목과 탁월한 기량을 뽐낸 바 있는 김정 작가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청소년 역사소설 『신라 공주 파라랑』은 학교와 집만을 오가며 광활하게 넓은 세상 속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시야를 틔워 줄 것이다. 또한 국경과 겉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진심만으로 서로 소통하고 신뢰하는 파라랑과 아비틴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희미해지고 ‘너’와 ‘나’의 경계가 날로 뚜렷해지는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깨닫게 할 것이다.
주요 내용
7세기 신라, 봄꽃이 한창인 신라 서라벌을 노니던 신라 공주 파라랑은 아랍 왕 쿠쉬에 의해 나라를 잃은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역병을 거리낌 없이 치료하고 국경에서의 전쟁에도 선봉을 도맡아 출전하며 신라인들의 신임을 쌓아 온 아비틴은 마침내 신라 왕에게 공주와 혼인하고자 하는 바람을 전한다.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며 파라랑과 아비틴은 마침내 혼례를 올린다. 그러나 신혼의 행복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비틴의 아버지이자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이었던 야스가르드 3세가 아랍군에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파라랑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페르시아 저항군을 이끌어야 하는 아비틴의 운명을 이해하고, 그와 함께 페르시아를 되찾기 위한 머나먼 항해를 떠난다. 바다는커녕 서라벌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디뎌 본 적 없는 파라랑의 앞에 숱한 음모와 배신을 동반한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