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광고에 나온 북극곰은 모델료로 과연 무엇을 받았을까?
지난해 겨울, TV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지구의 환경이 치명적인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음을 피부로 와 닿게 해 많은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다큐멘터리에 이어 북극곰이 모델로 등장한 모 음료 회사의 광고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 그것을 본 열 살짜리 아이가 부러운 듯 ‘쟤들은 그래도 콜라라도 실컷 마시네.’라고 말해 온가족이 한바탕 웃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 광고에서 출발하여 마침내 46편의 동시로 마무리 된 동시집이 『콜라 마시는 북극곰』이다. ‘콜라 광고에 나온 북극곰은 모델료로 과연 무엇을 받았을까?’ 라는 질문은 시인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고,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에서 얻은 뼈아픈 성찰과 맞물려 콜라 거품처럼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인간의 욕망을 아이다운 시선으로 비판한 동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야, 콜라다! 정말 맛있다!/ 북극곰 가족이 콜라를 마시는 동안/ 저 아래, 사람의 마을에선/ 눈부신 불꽃놀이가 한창이고, 펑! 펑! 펑!/ 축포를 쏘는 소리가 온 지구를 뒤흔들었지./ 하지만 그 북극곰들은/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고는 달콤쌉쌀한/ 콜라 몇 병을 모델료로 챙긴 대가로/ 그만, 콜라 중독이 되고 말았대./ 그래서 사람의 마을 가까이 와서 기웃대가가/ -이 놈들아, 이젠 필요 없으니 썩 꺼져!/ 매몰차게 외치는 광고 회사 경비 아저씨한테 쫓겨나고,/ 여기저기 햄버거 가게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다니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말았지./ 만날 콜라만 찾으며 칭얼거리던 아기곰 형제는/ 엄마곰과 아빠곰이 주워다 준 콜라를/ 홀짝홀짝 마시더니 결국, 이가 다 썩고 말았대./ 북극곰을 치료해 주는 치과가 없으니/ 아기곰 형제는 이젠 이가 아프다고 앙앙 울고/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자니/ 엄마곰과 아빠곰도 눈물이 철철 날 수밖에./ 요즘 북극의 빙산이 자꾸자꾸 녹는 까닭은/ 바로,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한 북극곰 가족의 /슬프디 슬픈 사연 때문이래. /온 입을 콜라로 적시고, 온몸을 콜라로 적시고, /온 지구마저 콜라 거품으로 흠뻑 적시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욕심 때문에 /북극의 커다란 눈도 질금질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래.
-동시「콜라 마시는 북극곰」일부
‘그의 시는 웃음과 익살과 재치를 동반하면서도 가벼움에 떨어지지 않고, 전쟁ㆍ환경오염ㆍ지구 온난화 등 동시에서 다루기 무거운 주제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전병호(시인, 비평가)의 평처럼, 이번 동시집에서도 시인은 특유의 독특한 화법과 천진한 상상력으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야함을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마음으로 만져보게 하는 시
『콜라 마시는 북극곰』은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시 「그림자」, 「벙어리 장갑」, 「거인들이 사는 나라」, 「발톱」, 「넌 바보다」, 「시간 여행」 등 6편의 작품이 실려 아이들에게 친근한 신형건 시인의 여섯 번째 동시집이다. 일찍이 치과대학 1학년 재학 중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 등단 25주년을 맞이하여 엮은 이번 동시집에는 우리의 오감을 한껏 자극하며 우리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시들이 담겨져 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의 작가 이금이는 이 동시집의 해설에서 ‘시를 읽다 보면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마음으로 만져보게’ 된다고 말한다. 1984년 ‘새벗문학상’에 함께 당선되어 25년간 문학적 동반자로 지내온 이금이 작가는 그동안 신 시인의 동시를 모두 읽었다고 밝히며, ‘여기에 실린 동시들을 읽는 동안 나는 깔깔깔 웃기도 하고,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지는 슬픔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 읽은 다음에는 기뻤습니다. 아이들에게 눈과 마음의 키를 맞추다가 결국은 자신이 다시 아이가 되어 쓴 첫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쓸 때의 마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덧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