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동시놀이터'가 펴내는 4번째 고전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
‘푸른책들’이 새로이 펴내는 동시집 시리즈인 ‘푸른 동시놀이터’는 새로운 시인들의 작품 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한국동시문학사의 중요한 성과들을 다시금 발굴하여 재조명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윤동주, 박목월, 서덕출로 이어져 온 시리즈는 4번째 책으로 최초의 정지용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을 출간했다. ‘정지용 동시’를 연구해 온 전병호 시인과 최초로 윤동주 동시집을 엮어 냈던 신형건 시인이 모여 함께 엮고 양상용 화가의 아름다운 삽화가 더해져 완성되었다.
정지용 시인이 남긴 동시의 탁월함과 문학사에서 가지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의 동시집은 이제껏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이 없었다. 몇 편을 동시로 분류할 수 있는지 연구자마다 견해를 달리 하기도 했지만 다 모아도 한 권 분량으로 묶이기에는 편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별똥 떨어진 곳』은 이제까지 동시로 분류되어 왔던 작품을 모두 포함하고, 학자들이 옛 신문에서 새로이 발굴해 낸 동시를 더한 후에도, 정지용의 시에서 꼭 한 번 읽어 보아야 할 대표작 중 어린이들도 읽을 만한 시들을 모아 엮었다. 동시집으로 따로 펴내야만 어린이들도 가까이 할 수 있고, 자연스레 정지용의 시와 친해질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성장하는 나날동안 간직하며 읽어 갈 동시집이 『별똥 떨어진 곳』이 지향하는 바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아름다운 정지용의 동시 세계
190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정지용은 문학적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한 휘문고보 시절을 지나 일본 도시샤 대학에 유학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한때 노래로도 만들어져 온 국민이 애송해 온 대표작 「향수」를 비롯하여 동시, 시조도 발표하는 등 시문학 전반에 걸쳐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다.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 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종달새」 일부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고난 앞에서 느낀 정지용의 슬픔과 상실감은 그의 동시에서도 고요히 전해진다. ‘어머니 없이 자란 나’가 등장하는 「종달새」, 멀리 떠난 오빠를 기다리는 「홍시」, 「지는 해」, 어린 누이를 묻고 돌아서는 「산소」 등 곳곳에서 느껴지는 상실의 아픔은 정지용 시인 특유의 감각적이고 절제된 시어로 그려진다.
조선시를 쓴다는 이유만으로도 신변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꿋꿋이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감정을 우리 글로 담아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간 문인이었던 정지용의 동시 세계는 슬프지만 아름답다. 눈에 아른거리는 고향을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고 노래한 「향수」를 많은 이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유도 이 동시집에서 재차 발견할 수 있다. 씁쓸하고 외롭되 다감한 성정이 느껴지는 그의 동시가 오래도록 아이들에게 읽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