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에는 장르가 다양하다. 그중 '시'가 제일 어려운 장르이고, 그 중에서도 '동시'가 단연 어려운 장르라 말한다. 어린아이의 심성으로 바라본 세상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글그릇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비출까?를 생각하고 표현해내는 많은 시인들, 그들의 순수함과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들이 참으로 대단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푸른책들에서 출판한 동시집 『매미가 고장났다고?』 는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3집이다. 이는, <푸른 동시놀이터> 블로그에 놀러온 이웃들이 쓴 시를 모아 펴낸 동시모음집으로 세번째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기성작가와 시인들로부터 5편의 작품을 추천받으면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다는, 아주 획기적이고도 무척 설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매미가 고장났다고?』 에는 많은 작가와 다양한 소재의 동시가 소개되어있다. 자연과 이웃 그리고 사물과 변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작가의 마음을 담아낸 동시들이 그득하다. 동시를 읽으면서 아이가 되는 순간도 있고, 부모의 눈으로 바라본 모습에 울컥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 섣부른 잣대로 단정지은 나의 경솔함이 후회스럽게도 한다.
글이 주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냥 지나쳤을 법한 사소한 것들이 글로 형성되는 순간, 고귀하고 대단한 의미로 다가오며, 되씹어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매일꽃 - 조소정
리코더 불기 연습
삐익~ 소리만 나고
머리 지끈지끈
그때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
"매일꽃은 오늘도 또 꽃 피웠네!"
난 무슨 일이든
하다가 실패하면 관두는데
자꾸 떨어지는 꽃잎을
계속 피워 내는 매일꽃
널 보니 용기가 생겨
그래, 될 때까지
다시 불어 보는 거야
삐이 삐삐삑~삑!
동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진다.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아이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고, 아이가 감당해내는 그 순간이 참으로 대견하기도 어설프기도 하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어리숙함이 어린 아이에겐 진지함으로 다가선 그 모습이 참으로 예뻐보이는 것이 나에게 웃음으로 표현되나보다.
동시는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낸다. 자연도 우주도 사랑도 친구도 모두 담는다. 아주 사소한 일상도 동시 속에 담기는 귀한 추억이 되고,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도 동시 속에 담겨지는 순간 매우 소중한 자연이 되어 우리 곁에 맴을 돈다.
동시를 읽고, 동시를 짓고, 동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마음을 노래할 줄 아는 아이들이 그 마음을 동시에 속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디어와 학습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주 귀한 시간마저 빼앗기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짤막한 동시 한 편으로 잠깐의 쉼을 선물하고 싶다. 동시 한 편으로 오늘의 피곤이 사라진다면 이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동시집 1권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동시가 100편씩이나!
‘동시집’ 하면 얇고 가벼운 책 모양을 떠올리게 된다. 대개 50편 안팎의 동시가 예쁜 그림과 함께 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매미가 고장 났다고?』는 그 예상을 훌쩍 벗어난다. 동시 편수도 두 배, 책 두께도 두 배이다. 그런데 책 크기는 좀 더 작고, 그림도 좀 덜 들어가 있다. 작지만 두툼하고 묵직하며 간결하다. 다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바로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매미가 고장 났다고?』이다. 그 안에 담긴 시들도 신선하다. 모두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신작 동시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푸른책들의 <푸른 동시놀이터> 시리즈는 윤동주 동시집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박목월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 그리고 최초의 정지용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 등을 출간하며 한국 동시문학사의 주요한 성과들을 다시금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힘써 왔다. 뿐만 아니라 김영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 정두리 동시집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노원호 동시집 『작은 행복』 등을 차례로 펴내며 시인들의 작품 활동의 장을 꾸준히 마련하는 한편,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박방희 동시조집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장승련 동시집 『우산 속 둘이서』 등 아이들의 마음밭에 소중한 꿈을 심어 주는 다양한 동시들을 선보였다.
제1집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 제2집 『초록 안테나』에 이어 새로이 출간된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매미가 고장 났다고?』에는 <푸른 동시놀이터> 블로그를 통해 첫 선을 보인 기성 시인들의 신작 동시와 동시단에 첫걸음을 내디딘 신인들의 데뷔작들이 한데 어울려 모두 100편 가까이 실려 있다. 그래서 다양한 빛깔의 동시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으며 최근 동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 뒤에 동시집 리뷰와 동시단 소식까지 담아 동시에 대한 담론도 더불어 접할 수 있다.
다채로운 동시를 읽는 즐거움
한 편만 읽어도 좋은 시가 있지만 한 편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시가 읽고 싶어지곤 합니다. 왠지 시는 연달아 몇 편을 읽고 나야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또 시는 한 시인이 쓴 시들을 죽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시인이 쓴 시들을 번갈아 읽으면 더 읽는 맛이 납니다. 어쩌면 한 꽃송이를 보는 것보다 색색의 여러 꽃송이를 보고 또 제각각인 향기를 맡으면 더 큰 즐거움을 얻는 것처럼 말이에요. <푸른 동시놀이터>에 모인 여러 시인들의 시를 함께 읽는 일이 바로 그와 같습니다. -「머리글」 중에서
이 앤솔러지를 엮은 신형건 시인이 머리글에 밝힌 것처럼 『매미가 고장 났다고?』에 실린 시들은 43명이나 되는 시인들 숫자만큼이나 다채롭다.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자연을 노래한 시, 자연에 슬쩍 빗대어 우리 이웃의 삶을 표현한 시, 아이들의 일상을 재기발랄하게 묘사한 시, 아이다운 시선으로 무겁지 않게 우리 현실을 비판한 시까지 43명의 시인들이 각 시인마다 다르게, 또 한 시인이 쓴 2~5편의 시들끼리도 서로 다르게 다양한 동시 세계를 한껏 펼쳐 보인다.
널 보고/눈썹 같다/손톱 같다/귀걸이 같다/부메랑 같다고 하는데//달아, 넌/뭐 같았으면 좋겠니? -우남희, 「초승달」 전문
풀밭/느티나무 아래에 사는/개구리 한 마리//식구도 없이/외로이 사는/할아버지 개구리일지도 몰라//객 객 객 객/아침저녁/가래 끓는 소리 -이정인, 「개구리 한 분」 전문
저 눈부신 태양 끄고/가로등도 눕고 싶지 않을까?//야근하고 온 우리 아빠처럼. -황남선, 「가로등」 전문
매미가 고장 났다고? 어디가 고장 났는지 매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운다고? 하긴, 좀처럼 그칠 줄 모르니 그럴 지도 모르지.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시원한 목소리로 합창하던 매미들, 이젠 전봇대에 앉아서 울고, 아파트 벽에 매달려서 울고, 방충망에 딱 달라붙어서 울고, 운다, 울어! …(중략)…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진짜진짜 무엇이//고장 났는지! -신형건, 「매미가 고장 났다고?」 일부
동시를 사랑한다면, 모두 모두 <푸른 동시놀이터>로 놀러 오세요!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는 단순히 한 권의 동시집 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동안 <푸른 동시놀이터>는 울타리가 없어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블로그를 마련해, 동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역할을 해 왔다. 기성 시인들에겐 꾸준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였으며, 신인에겐 자신들의 작품을 투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왔고, 동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겐 길잡이 역할까지도 충실히 하려고 애를 썼다. 뿐만 아니라 앤솔러지를 통해 여러 시인들이 치열하게 창작한 성과들을 순발력 있게 엮어 내 독자들이 당대의 다채로운 동시 흐름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기성 시인이든, 신인이든, 독자든 동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동시에 관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푸른 동시놀이터>를 방문해 보자. 이 소박하고도 정감 있는 놀이터가 동시를 읽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찰수록 세상은 더욱 맑고 향기로워질 것이다. 그 시작점이 되어 줄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매미가 고장 났다고?』의 책장을 지금 바로 펼쳐 보자.
●주요 내용
제1~3부에는 원로 동시인 노원호·권영세부터 신인 동시인 강모경·이근정·황남선에 이르기까지 38명의 기성 시인들 동시 78편이 다채롭게 실려 있다. 제4부에는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작에 선정된 김양희·조강은미·김영식·이정선·고정옥 시인의 풋풋한 데뷔작 18편이 실려 있다. 제5부에 실린 신인 추천작 심사소감과 추천 완료 소감은 동시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만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제6부에는 동시집 리뷰와 동시단 소식이 실려 있어 최근 동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독자들이 동시를 즐겁게 읽고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
10,620초록 안테나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2집
1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