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민간 수목원을 설립한 파란 눈의 한국인!
-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의 삶을 담은 최초의 아동청소년용 평전 출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이후 온통 헐벗은 민둥산뿐이었던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이르러 ‘붉은 땅을 푸르게 가꾸자’는 대대적인 조림 사업과 이후 이어진 산림녹화 10개년 계획의 추진으로 산림 복구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오로지 정부 주도의 조림 사업만으로 땔나무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던 민둥산들을 푸른 숲으로 우거지게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쟁으로 훼손된 우리 자연의 심각성을 각성하고, 조림 사업에 대가 없이 협력한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은 ‘검은 눈’의 한국인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 수목원을 설립한 민병갈의 본명은 ‘칼 페리스 밀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가 고향인 밀러는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이후 연합군 중위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파란 눈’의 미국인이다. 제대 후 한국은행에 취직하며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여름휴가 때 충청남도에 위치한 천리포를 방문하며 일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훗날 해안국립공원에 편입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천리포의 땅을 그곳 사람들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사들인 것이다. 평소 한국의 자연을 몹시 사랑하여 등산을 즐겼지만 전쟁의 상처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민둥산들이 안타까웠던 밀러는 자신이 사들였던 땅에 수목원을 설립하여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을 그곳에 옮겨 놓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의 설립자이자 천리포 수목원의 초대 원장이 된 그의 이름은 칼 페리스 밀러가 아닌, ‘민병갈’로 기록된다.
도전과 열정으로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일생을 만날 수 있는 <역사를 바꾼 인물들> 시리즈는 그 여섯 번째 책으로 『민병갈,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를 출간하며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의 삶을 담아냈다. 일본어를 전공했던 미국인 칼 페리스 밀러가 모르는 나무가 없는 한국인 민병갈로 거듭나고, 모래바람이 험하게 불어오는 두메산골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일구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초등 <국어> 교과서에 동화가 수록된 정영애 작가의 간결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로 전개된다. 또한 민병갈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역사적인 사건들과,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를 대표하는 식물 종들에 대한 정보를 '권말 부록'으로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리고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수아 화가의 그림까지 곁들여,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보편적인 위인의 범주에서 벗어나 뜻밖의 놀라운 감동을 선사하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차별화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최초의 아동청소년용 '민병갈 평전'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붉은 흙의 민둥산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 되기까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에서는 열두 번째로 국제수목학회에 의해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 수목원은 재배하는 식물만 1만여 종이 넘는 국내 최대의 식물종 보유 수목원이다. 식물을 연구하고 보전하는 수목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 이후 학술 관계자들에 한해서만 출입을 허가하며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2009년 수목원 전체의 7분의 1을 공개하는 쪽으로 운영 방침을 바꾸며 이제는 자연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널리 알려 ‘자연과 함께 더불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식물들과 바다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계절이 바뀔 때마다 특색 있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천리포 수목원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장장 사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다. 흙이 붉고 바닷바람이 거세며 강수량이 많지 않은 천리포에 한국의 자생종과 세계 곳곳의 외래수종들을 고루 심어 내는 과정에 놓인 숱한 난관들을 설립자 민병갈은 오로지 나무와 한국에 대한 애정만으로 극복해 나갔다. 이처럼 민병갈의 자연 사랑은 개인적인 부를 얻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종들을 해외로 반출시켰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고, 외래수종을 반입하여 국내 생태계 교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사람이 아닌 ‘나무를 위한 수목원’을 조성하겠다는 민병갈의 신념은 변함이 없었고, 마침내 국내 학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식물종 ‘완도호랑가시’와 ‘라즈베리 펀’의 발견이라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민병갈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현신규 박사, 임종국 독립가, 김이만 할아버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산림녹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기념하는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되며 자연에 헌신했던 삶을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한 민병갈의 애정과 노력을 고스란히 담은 『민병갈,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는 오늘날 흙보다는 콘크리트 바닥을 밟으며 자연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반추해 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문명과 자연이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리잡아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 개개인이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주요 내용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작은 도시 피츠톤에서 태어난 칼 페리스 밀러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다. 그러나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힘쓰며 자신이 원했던 미 해군 동양어학교에 당당히 입학한다. 일본어를 전공하여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이후 연합군 장교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고, 지붕선이 부드러운 한국의 초가집과 순박하면서도 끈기 있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매료된다. 밀러는 한국은행에 취직하며 본격적인 한국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증권업에 종사하는 동시에 외국인 관광을 유치하기도 하며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힘쓴다. 그리고 우연히 여름휴가에 방문한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그곳 사람들의 부탁에 6000여 평에 이르는 바닷가 모래땅을 사들이고, 평소 전쟁으로 훼손된 한국의 민둥산이 안타까웠던 그는 천리포에 수목원을 세울 계획으로 나무를 심어 나간다. 수목원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한국에 대한 애정 또한 더욱 두터워진 밀러는 마침내 어머니의 동의와 함께 여흥 민 씨의 본관을 얻어 ‘민병갈’이라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