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펼쳐 볼 수 있는 ‘사계절 동시 그림책’
이 땅에서 살아가는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사계절을 해마다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꽃이 피고 열매가 무르익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는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케 한다. 우리는 자연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데 특히 그 누구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들은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마다 눈과 귀와 코가 활짝 열리고 시를 짓는 일로 마음이 바빠진다.
『귀뚜라미와 나와-사계절 동시 모음』은 바로 이러한 사계절의 생생함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으로, 윤동주 · 정지용 · 서덕출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인들이 계절을 다시금 느끼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 펼쳐 보라고 선물한 아름다운 사계절 동시 그림책이다.
깜장 흙 속의 푸른 새싹들이/흙덩이를 떠밀고 나오면서/히-영치기 영차/히-영치기 영차//돌팍 밑에 예쁜 새싹들이/돌팍을 떠밀고 나오면서/히-영치기 영차/히-영치기 영차//흙덩이도 무섭지 않고/돌덩이도 무섭지 않은 애기 싹들이/히-영치기 영차/히-영치기 영차
-박소농, 「영치기 영차」 전문
열두 명의 시인들이 지은 사계절 동시들은 모두 칠팔십 년 전에 쓰인 오래된 시들로 지금보다 훨씬 더 사계절을 잘 느낄 수 있었던 때의 추억과 자연을 담고 있다. 이 사계절 동시 그림책은 우리가 동요로 즐겨 부르는 서덕출의 「눈꽃송이」, 유지영의 「고드름」과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박소농의 「영치기 영차」등과 같이 두고두고 읽히고 있는 고전 동시들을 만나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묵혀서 더 깊은 맛이 나는 고전 동시의 매력!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선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외우게 하고, 북유럽에서는 유아 때부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시를 낭송하는 것을 적극 권한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시 낭송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 낭송은 아이들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감성 그리고 언어 감각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일찍이 시 읽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보물창고’에서는 어린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시 보물창고’ 첫째 권으로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동시들을 계절별로 엮은 『귀뚜라미와 나와-사계절 동시 모음』을 출간했다. 엄마 아빠 세대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고전 동시들을 모아 놓아 온 가족이 ‘시 읽는 가족’이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우리의 사계절을 생생하게 느끼고 오롯이 간직해 놓은 그 시절의 시들을 통해 요즘 우리가 때때로 잊고 사는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젠 잘 쓰지 않는 낱말이나 각 지방의 시골스러운 말투와 사투리도 그냥 두고 풀이말도 일부러 달지 않았답니다. 혹시 낯선 말이 있으면 오래된 앨범을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듯 할머니 할아버지나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세요. 때로는 빛바랜 사진이 오히려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 아름다운 시들에 담긴 우리의 사계절이 더욱 새롭게 다가올 거예요.
-‘엮은이의 말’ 중에서
이 동시집을 엮은 신형건 시인은 오래전 시인들이 남겨 준 선물 중 하나로 ‘계절’을 꼽았다. 자연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설렘을 동시 안에 담아낸 시인들의 마음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바라서이다. 그래서 생경한 낱말에 일부러 풀이말도 달지 않고 그냥 두었다고 한다. 오래된 앨범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듯, 시 읽기의 깊고 깊은 맛에 가족 모두가 빠져들기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점점 더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힘든 요즘, 우리보다 앞서 살다 간 시인들이 남긴 자연과 계절에 관한 동시는 참 귀한 보물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맛있게 읽을 수 있는 고전 동시의 매력에 푹 빠져 보기 바란다.
주요 내용 -동시 속에 담긴 자연과 계절을 만나 보세요!
봄부터 겨울까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은 동시 그림책이다. 열두 시인이 들려주는 자연과 계절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때로 돌아가 계절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총 4부로 엮었으며 1부에서는 이제 막 돌팍을 떠밀고 나오는 예쁜 싹처럼 기운 찬 ‘봄의 시’들을 모았다. 2부는 푸름이 온 산천을 뒤덮는 ‘여름의 시’들을 모았다. 장맛비가 활짝 개자 새빨간 봉오리를 틔운 봉숭아처럼 싱그러운 시들을 만날 수 있다. 3부는 ‘가을의 시’로, 귀뚜라미와 비밀을 나눈 아이를 만날 수 있고, 길 떠나는 채비를 하는 제비들의 인사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4부는 ‘겨울의 시’로, 길이랑 밭이랑 추울까 봐 이불을 덮어 준 눈처럼 따스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