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보물창고> 시리즈
우리 둘레의 자연과 사물과 사람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은 아름다운 시와 그림을 ‘동시 보물창고’에서 만나 보세요!
수수한 감자꽃처럼 마음을 환히 밝히는 33편의 동시
재작년, 충주 칠금동 초록 대문집에 듬직한 시비가 하나 들어섰다. 시비 뒷면에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동요 <감자꽃>의 노랫말과 악보가 새겨져 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동요 <감자꽃> 전문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 수수한 감자꽃의 빛깔과 흙내음, 땅속 깊이 숨은 감자알의 촉감까지 담겨 있는 이 빼어난 노랫말은 바로 동시인 권태응의 작품이다. 동요 <감자꽃>을 부를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많지만 이 노랫말을 쓴 이가 권태응 시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그가 남긴 시가 300편이 넘고 책으로 엮여 세상에 알려진 시가 94편인데, 그중에 「감자꽃」 못지않게 좋은 시가 참 많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정말 드물다.
그가 자연과 얼굴을 맞대고 동시를 쓰던 초록 대문집 마당에 최근 시비가 세워진 것은 그의 뛰어난 동시가 흘러가는 세월 속에 잊혀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문인들과 독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새로이 펴낸 권태응 동시집 『감자꽃』 역시 동시인 권태응의 맑고 소박한 작품들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고자 기획되었다.
권태응 시인은 1951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많은 동시들은 지난 6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과 깊이 있는 문학성을 지니고 있다. 엮은이 신형건 시인은 그중에서도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하고픈 동시 33편을 가려 뽑아 <동시 보물창고>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감자꽃』에 담았다. 더욱이 권태응 시인이 친필로 써서 손수 엮은 아홉 권의 동시집 사본을 일일이 대조하여 그동안 출간된 책들에 있는 일부 오류를 바로잡아 시를 본디대로 살리려 노력하였다.「오곤자근」, 「송아지 낮잠」, 「별님 동무 고기 동무」 등 권태응 문학의 정수만을 모은 동시선집 『감자꽃』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한국 동시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시인의 맑고 순수한 시심을 만나 보기 바란다.
민들레, 아기 오리, 땅감…… 북녘 어린이도 모두모두 맨발 동무
‘동시’ 하면 누구나 천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아동문학사에 보석 같은 동시 수십 편을 남긴 권태응 시인의 삶은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했다. 권태응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와세다 대학에 유학 중 항일 운동을 하다 1939년 치안 유지법 위반죄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 옥중에서 얻은 폐결핵으로 3년 넘게 투병 생활을 한 그는 고향에 돌아와 요양하며 동시를 썼다. 6·25 전쟁으로 피난 생활을 하던 1951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써낸 시들이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
권태응 시인이 살았던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래서 권태응 시인의 시에는 ‘풀밭에도 모래밭도 맨발’로 ‘걷고 뛰고 노래하(「맨발 동무」 중에서)’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들은 민들레·코스모스·앵두나무·도토리·고추잠자리·꿀벌·물고기·참새·제비 등 온갖 풀과 나무와 벌레와 동물까지 ‘모두 모두 맨발 동무’로 삼아 늘 신 나게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그리고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감자를 캐거나 목화를 따며 농사일을 거들기도 하였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6·25 전쟁이라는 역사의 격동기를 살다 간 권태응 시인은 우리 겨레와 어린이를 생각하는 마음도 지극했다. 그래서 ‘얇은 옷은 입었지만 춥긴 머 추워’라고 힘주어 외치고 ‘새 나라의 어린이는 모두 강하지(「춥긴 머 추워」 중에서)’ 하며 굳센 용기를 북돋우려고 했다. 그리고 ‘언제나 설는지/온전한 나라/서로들 손잡고/삼천만 겨레/세계와 어깨 겨눠/살 수 있나?(「북쪽 동무들」 중에서)’ 하며 조국 통일과 번영을 간절히 소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권태응 시인의 시가 우리 가슴에, 또 우리 입술에 여전히 ‘마르지 않는 샘’으로 넘쳐흐르는 것은 저절로 노래가 될 만큼 흥겨운 운율과 아주 풍요롭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쓰였기 때문이다. 엮은이 신형건 시인은 권태응 시인이 친필로 남긴 아홉 권의 동시집을 일일이 살펴보며 고운 우리말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서른세 편의 작품을 골랐다. 『감자꽃』을 펼쳐 든 모든 독자들이 권태응 동시 속에 녹아 있는 아름다운 운율과 맑은 시어를 음미하며 오래오래 간직하기 바란다.
주요 내용 – 오래오래 마르지 않는 노래의 샘
우리 문학계가 자랑하는 동시인 권태응의 서른세 편의 동시를 가려 뽑아 새롭게 펴낸 책이다. 표제작 「감자꽃」 외에도 「오곤자근」, 「송아지 낮잠」, 「별님 동무 고기 동무」등 시인의 대표작과 더불어 고운 우리말과 운율이 살아 있는 빼어난 작품들을 1부 ‘모두 모두 맨발 동무’, 2부 ‘탱자 탱자 노랑 탱자’, 3부 ‘코록코록 밤새도록’ 총 3부에 나누어 담았다. 또한 권태응 시인의 동시와 함께 신슬기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도 만나볼 수 있다. 고운 노랫말 같은 권태응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마르지 않고 퐁퐁 솟아나는 노래의 샘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