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님의 블로그를 통해 먼저 만나 보았던 Mac Barnett(맥 바넷)의 <Noisy Night>가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어요.
층간 소음이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잘 맞는 책이 아닌가 싶은데요.
저희 집 또한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잠 안 자고 신나게 돌아다녀 아랫집으로부터 연락 여러 번 받았었고...
얼마 전엔 직접 내려가 사과 인사까지 드렸답니다ㅠ
아랫집 분도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겠지만
제 맘대로 통제 안 되는 아이들 때문에 저도 엄청 스트레스받고 있어요ㅠ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층간 소음에 대해서 알려 주고
집 안에서 행동시 소음에 보다 주의를 요하기 위해 나오자마자 빠르게 이 책을 접해 보았어요!
책은 맥 바넷이 쓰고 Brian Biggs(브라이언 빅스) 작가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도맡아 했는데요.
글작가 맥 바넷은 정말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들(존 클라센, 레나타 리우스카 등)과 작품을 함께 해 왔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책 내용만 봐서는 맥 바넷이 쓴 책이라는 걸 인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글이 그림으로 잘 묘사된 것인지 <내 모자 어딨어> 시리즈를 비롯하여 베스트셀러 된 책이 엄청 많아요.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 이 책은 도심의 10층 건물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1층 집 아이가 자다가 깨는 장면부터 시작해요.
맥 바넷 작가가 실제 이런 시끄러운 건물에 살았고
이런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몇 층에 살았을까요? ㅎ
랄랄라라라~ 이 밤중에 머리 위에서 나는 저 소리는 뭐지?
윗집 오페라 가수 아저씨가 노래 연습을 하는 소리였군요.
맘마~맘마~ 이번엔 그럼 또 무슨 소리일까요?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무슨 소리인지,
발끝만 보이는 장면을 보고 누가 내는 소리인지 아이들과 맞춰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점점 올라가다 보니 신사와 숙녀가 차차차 춤을 추기도 하는데요.
꼭대기 층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위층이 없으니 편안히 쉬실 수 있을까요?
음... 잠 좀 자자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소음에 시달리고 계시나 봐요.
아버지의 고함 소리에 " 딸깍" 소리가 들리는데 과연 건물이 조용해 졌을까요?
유튜브에 맥 바넷과 브라이언 빅스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영상이 있어 봤는데요.
어떻게 두 작가가 협업으로 그림책 작업을 했는지도 알 수 있고
어떠한 배경에서 이 책이 나왔는지도 작가가 직접 설명해 주니 좋더라고요.
맥 바넷이 Ahh, Bababa, Caw caw caw, Dahdahdah..
이런 알파벳순으로 소리를 만들며 장면을 구사했다고 하고,
브라이언 빅스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표지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답니다.
아이들에게 매번 뛰지 말라고 백번 잔소리 하는 것보다는
"어머~ 밤인데 윗집은 안 자고 시끄럽게 하네. 아랫집 사람 잠 못자겠다."
이렇게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층간 소음에 대해 이야기 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민재는 제가 뛰면 아랫집에서 전화 온다고 많이 말을 해서 그런가
윗집에서 뛰면 우리도 전화 하자고 ㅎ
하지만, 윗집과는 친한 이웃 사이라 그냥 참고 산다죠.
층간 소음 분명 주의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이웃간의 정을 돈독히 쌓아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 봅니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
그런데 내 머리 위에서 나는 저 소리는 도대체 뭐지?
바야흐로 아파트 1000만 채 시대,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관리와 생활의 편리함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수많은 세대가 모여 사는 만큼 아파트 생활은 다양한 분쟁을 일으킨다. 최근에는 ‘집 담배’ 문제가 화두에 오르며 공동주택 내 흡연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집 내부나 베란다에서 피는 담배가 환기구를 타고 다른 집에까지 퍼져 피해를 주는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내 집에서 내 돈 주고 산 담배 피우는데 무슨 문제”냐며 오히려 당당하다. 층간소음 역시 대표적인 공동주택 분쟁 사항이다. ‘내 집에서 내가 뛰겠다는데’, ‘내 집에서 내가 노래 부르겠다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층간소음 가해자들의 항변은 ‘내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그림책 보물창고> 시리즈의 70번째 책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는 바로 이 의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두 고요히 잠들어야 할 시간, 자려고 침대에 누웠던 아이의 귀에 “랄랄라라라~” 소리가 들린다.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난 아이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이 밤중에 내 머리 위에서 나는 저 소리는 뭐지?” 책 한 장을 넘겨 보니 위층에서 오페라 연습을 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아저씨는 오페라 연습에 푹 빠져 있다. 하지만 이내 아저씨의 머리 위에서도 어떤 소리가 들린다. “맘마~ 맘마~” 아저씨도 묻는다. “이 밤중에 내 머리 위에서 나는 저 소리는 뭐지?”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 집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가수는 노래 연습을 하고, 아기는 옹알이를 하고 치어리더들은 응원 연습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내는 소리는 인지하지 못한 채 위층에서 나는 소리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내가 내는 소리를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알지 못한다. 나에게는 별문제 없는데 위층만 유난히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 속 등장인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1000만 채의 아파트,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층간소음 문제부터 풍부한 소리 표현 학습까지!
볼거리, 생각할 거리 가득한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는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파트의 한 층 한 층을 따라 올라가는 구성을 취한다. 1층에 사는 아이가 2층 소리를 궁금해하면 그다음 장에선 2층의 상황이 등장하고, 2층 사람이 3층의 상황을 궁금해하면 그다음 장에선 3층의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치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층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구경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마침내 꼭대기 층에 올라갔을 때 만나게 되는 결말도 흥미롭다. 층간소음의 최고 정점에 사는 그 인물은, 언뜻 생각하면 소음의 피해에서 자유로울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과연 층간소음은 위층의 문제이기만 할까?
우리 아이들은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를 읽으며 자연스레 내가 사는 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 들리는 소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소음으로 인해 누군가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쿵쿵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고 소리 지르면, “왜 내 집인데 뛰면 안 돼요?”라고 묻곤 했던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각 집에서 들리는 소리를 표현한 각종 의성어들은 아이들의 언어 학습에도 도움을 준다.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소리, 춤출 때 들리는 소리를 말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 배우며 좀 더 풍부한 소리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미취학 아동들에게 층간소음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불쑥 화를 내게 되기도 한다.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를 함께 읽으며 우리 윗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래층에 어떻게 들릴지 이야기 나누어 보자. 책에 등장하는 각종 의성어들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며, 어떤 소리가 듣기 좋은지, 어떤 소리는 듣기 나쁜지에 관해서도 토론해 볼 수 있다. 미래 세대의 주인공이자, 공동주택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우리 아이들이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를 통해 ‘내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