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60세 여성의 생애 첫 유학 체험기 『파리, 혼자서』 출간!
누구나 하나쯤은 남몰래 품어 온 꿈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에게 쉬이 말하기 어려운 소망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그 소망을 입 밖으로 꺼내기 쉽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지레 포기하는 마음이 들고, 너무 거대한 꿈을 말하기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너무 낭만적이어서 선뜻 말하기 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 언젠가는’ 하는 마음을 지워 버리기 어렵다. 하물며 그 꿈을 품게 된 어린 시절로부터 몇 십 년의 시간이 흐른 후라면 어떨까.
『파리, 혼자서』의 강인순 작가는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프랑스 루르마랭에 있는 카뮈의 무덤에 찾아간 소설가의 칼럼을 읽었다. 그러자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읽었던 추억을 떠올라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고, 젊은 대학생이었던 자신이 책의 첫 페이지에 적어 놓은 메모를 발견했다. “언젠가 나도 Lourmarin을 방문하리.” 그리고 작가는 비로소 오랫동안 마음에 묻어만 두었던 프랑스 유학에 대한 꿈을 실현하리라 마음먹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과 결혼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삶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회사와 가족들을 잠시 내려놓고 파리를 향해 혼자서 떠났다. 그녀의 나이 60세가 되던 해였다.
출판사 푸른책들의 새로운 임프린트 에스(s)는 어떤 삶의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형태를 제시하는 책들을 펴내고 있다. 에스(s)의 신간 『파리, 혼자서』는 이전 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시니어 세대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기존의 생활과 주변 사람들 눈치에 짓눌려 오랜 꿈을 그대로 포기해 버리지 말라고, 지금도 얼마든지 새롭고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말이다.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프랑스 문화 예술에 대한 감상, ‘혼자서’ 그곳에 있기에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소박하게 담아낸 에세이집 『파리, 혼자서』가 더 특별한 이유다.
“새로운 것을 알아 간다는 즐거움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파리, 혼자서』는 요즘 유행하는 여행 에세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파리에서 만끽하는 여유로운 삶, 우리나라에서는 즐길 수 없는 자유로움을 자랑하는 책들과 달리 이 책의 작가 강인순의 프랑스 생활은 어딘가 좀 바쁘다. 모두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장하며 ‘내려놓음’을 이야기하지만, 60세에 떠난 프랑스 유학에서 작가는 부지런히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며 오히려 무언가를 내면에 쌓아간다. 한국에서의 바쁜 업무는 내려놓고 떠나왔지만 대신 이제껏 원하는 만큼 몰두하기 어려웠던 문화 예술에 흠뻑 젖기 위해 아낌없이 몸을 움직인다. 마치 갈증을 해소하듯 지식과 감성에 대한 욕구를 해갈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것을 알아 간다는 즐거움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파리, 혼자서』에서 작가는 다양한 예술 분야를 탐닉한다. 파리 소르본대학교 유학원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친구들을 따라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라스피유 대로에 있는 발자크 동상과 마주친다. 로댕이 만든 자못 기괴한 모습의 동상에 놀라 동상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날씨가 좋은 또 다른 날에는 충동적으로 발자크 기념관으로 발을 옮긴다. 독자들은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발자크의 삶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가, 발자크가 매일 16시간씩 글을 썼다는 호두나무 책상을 상상해 보고, 다시 로댕의 조각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눈으로 동상을 보게 된다.
프랑스의 명소, 미술관, 고성(古城), 부르고뉴 와인너리 등을 두루 방문한 여행기를 읽는 것도 좋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유학원 이야기도 흥미롭다. 매서운 선생님과 세계 각지에서 온 개성 강한 유학생 친구들 이야기, 갑작스럽게 치르게 된 프랑스어 자격시험 체험기 등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해설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강의에 참석한 일화는 소설의 내용 이상으로 그 강의를 들으러 온 가지각생의 청중들 묘사가 흥미롭다.
작가는 홀로 유학을 떠나기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었다고 말한다. 자꾸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주눅 들었던 모습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깊게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평범한 60대 여성이었던 저자가 파리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 『파리, 혼자서』가 때때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존재하는지 고민하고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
추천사
이 책은 흔한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그동안 삶을 충실히 살아온 사람들을 위한, 보다 내적인 충만을 위한 ‘여행 힐링서’라 할 수 있겠다. -고영수(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이 수필집을 읽고 나니 다시 프랑스에 가고 싶다. 마르세유에서 부이야베스도 맛보고 싶지만 무엇보다 우선 파리 지하철 10호선 소르본-클뤼니 역사를 밟고 싶어서다. -강석경(소설가)
프랑스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도 당연히 추천하겠지만 나는 이 책을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청춘시대’를 살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다. -강숙인(동화작가)
내게는 짧은 여행지였을 뿐인 프랑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좀 오래, 많이, 그리고 깊게 다녀온 기분이 든다. -김갑수(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