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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불량한 주스 가게』 청소년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집 2022-04-24 09:17:47

우리의 시간 속에 ‘청소년기’라고 일컬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시간동안 많은 아이들은 현실과 맞서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잊어 방황이란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아이들은 좌절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일탈을 꿈꾸기도 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 시작하며

『불량한 주스 가게』 는, 청소년 단편소설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다른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한 발 다가서는 시간을 가져본다.

불량한 주스 가게 / 유하순 글 / 푸른책들

# 1.

3년 전, 아빠를 떠나보낸 건호는 ‘불량한 주스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여행을 간다는 이유로 정학 맞아 빈둥거리는 건호에게 주스 가게를 맡긴다. 모양 빠지는 일이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게 된 건호는 손님으로 찾아온 간호사로부터 엄마의 여행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

나는 병실 앞에서 머뭇거렸다. 엄마한테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 돌아서며 생각했다. 엄마가 먼저 거짓말을 했으니 나도 모르는 척해 주겠어. 그게 서로에게 공평한 거야.

『불량한 주스 가게』 불량한 주스 가게 19~20쪽

건호는 ‘불량’이라는 말에 뜨끔하는, 아버지의 마지막으로 떠나보낼 때조차 강해지기 위해 눈물을 참아내는, 강하고 멋지게 살고 싶은 꿈을 꾸는 평범하고도 마음이 여린 우리의 청소년이다. 엄마의 거짓말과 건호의 거짓말이 서로를 향하는 귀한 마음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 2.

말귀가 어두워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 관계까지 어긋나기 시작하는 유성이, 우연히 채널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를 알게 되는 유성이는 마음을 담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순간 진정한 채널러가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주변에는 말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참 많다. 상대의 이야기가 전하고자 메시지보다는 자신이 말이 더 중요한 이들에게 유성이의 깨달음이 가 닿길 바라본다.

요즘은 말귀가 어둡다는 소리도 듣지 않는다. 남이 얘기를 할 때 딴 생각을 하는 버릇을 없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올빼미’라고 불리지만 싫지 않다. 거울 앞에서 내 눈을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은 둔ㄴ동자 속에 강활한 우주구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내 안에 우주가 들어 있는 거다! 너무 자뻑인가.

『불량한 주스 가게』 올빼미, 채널링을 하다 69쪽

# 3.

야간자율학습. 자율이란 말이 버젓이 붙어 있음에도 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학교에 묶인 그그들은 하루라도 학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진정한 자율을 꿈꾸는 이들 셋이 뭉친다. 작은 구멍을 통해 산으로 향하는 그 밤, 학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과 어둠이 주는 두려움, 산을 넘어가면 달라져 있을 것만 같은 현실을 꿈꾸는 설렘이 그 시절을 지나온 나에게 또 다른 기대를 안긴다.

# 4.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암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다이어트가 시급한 두 여학생의 이야기 가 “뚱보균과 도넛”이란 제목으로 담겨 있다. 남들보다 크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는 현실에서 꿋꿋하게 버텨가던 ‘나’와 ‘유나’.

“물 위에 비친 구름”

“어?”

“전에 네가 그랬잖아. 우리들 외모는 물에 비친 구름 같은 거라고. 자꾸 변하니까. 실체 없는 허상 같은 거라고.”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내가 왜 그런 말 했었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그 말이 내겐 많이 위로가 됐었어.”

순간, 십어 삼키던 아보카도 조각이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불량한 주스 가게』 뚱보균과 도넛 118쪽

서로가 분신같아 보이는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 그 사실이 너무나 싫어진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고, 호르몬 이상으로 비만이 되어야 했던 유나는 수술을 앞두게 된다.

우리는 타인에게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전부로 단정짓고 상대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내뱉는 말은 뾰족하고 따갑게 깊속이 파고들어 상처를 만들어 낸다. 외모가 아닌 그 속에 감춰진 속내를 들여다보는 눈을 키워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보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 5.

지현이는 아빠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눈치로 알고 있는 만큼 엄마에게 내색하지 않고 아빠의 찐웃음이 있었던 그 날 저녁의 산책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전에는 포기해야 할 꿈이 어떤 거고 지켜야 할 꿈이 어떤 건지, 삶은 계란 속 노른자와 흰자처럼 뚜렷이 구분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달걀말이를 하려고 휘저어 놓은 날계란처럼 되어 버렸다. 엄마와 아빠도 나처럼 헷갈려서 엉뚱한 데만 계속 긁고 있는 걸까.

『불량한 주스 가게』 폭풍 속 하이재커 145~146쪽

막연한 이상을 꿈꾸던 아빠의 실패와 부재는 지현이를 남들과는 다른 꿈을 꾸게 한다. 꿈이라는 이상을 꿈꾸기도 전에 현실과 마주서게 된 지현이가 자신을 위한,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또다른 꿈을 꾸길 기다린다.

# 마치며

청소년 그리고 그들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은 경쟁이란 현실 속에서 그리 편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막연한 불안감에 휘감겨 불안정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상황이 주는 현실이 갑갑하고 힘든 순간들이 오겠지만, 그 순간마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용기를 내어 견뎌준다면 그 시간은 분명 지난다고 말해 주고 싶다. 지나고나면 별거 아닌 일들이 확대되어 보이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불량한 주스 가게』는 그동안 읽었던 청소년 소설과는 또다른 소재를 담고 있어 신선했다. 그리고 우리의 청소년들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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