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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서평단] 넌 할 수 있을 거야 2023-05-31 18:46:25

넌 할 수 있을 거야

이모겐 팍스웰 글, 아나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넌 할 수 있을 거야』 제목만 보고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라는 내용의 그림책인 줄 알았다. 단발머리 여자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표지 그림 때문에 의기소침한 아이에게 해 주는 말인가 했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시리즈로 들어있는 그림책이었고 아이는 그저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라 두 손을 모아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모습인 것이 보였다. 환경에 관한 내용일까. 아이의 손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물음표를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책은 풀이 자라지 않는 황량한 땅에 사는 아이가 씨앗을 발견하고,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씨앗을 심고 돌보며 결국에는 그 일대가 바뀌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마치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야기를 보는 듯 했다. 장 지오노의 책에서는 양치기 어른이 그 주인공이었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어린 소녀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 달랐을 뿐.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는 오랜 시간 묵묵히 나무를 심은 그 모습을 다루며 주인공의 목소리는 최소화 하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를 보듯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서는 아이가 외부에서 듣는 비관적인 말과 그에 맞서는 내면의 목소리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아이 안에서 울리는 그 목소리를 붙잡는 모습을 주변 환경의 변화와 함께 그림으로 담담히 그려진다.

 

희박한 가능성이라 할지라도 구멍을 파고 씨앗을 심고, 물과 거름을 주며 보호했을 때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는 자연의 원리,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이것을 메마른 땅에서 시작할 때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된다. 생명은 결국은 또 다른 생명을 낳고 그 일대를 비옥하게 하며 토양을 바꾸고 기후까지 바뀌게 만든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절망의 순간도 있겠지만, 물을 기대하지 못했던 곳에 강이 흐르고 생명이 깃든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라나도록 돕는 그 시작이 있어야 함을 잔잔한 어조로 격려해준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강한 표현 대신,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첫 장에 나왔던 아이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머리가 희끗하다못해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마른 땅위가 아닌, 넓은 강에 띄워진 배를 노젓는 모습으로 말이다. 나무가 자라고 배를 띄울 만큼 넓은 강, 수 많은 물고기들이 몰려있는 풍경이 현실이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혹시, 내가 지금 시작한다면, 어쩌면, 바라는 그 모습이 되지 않을까’ 라는 그 조심스러운 마음을 무시했더라면 그 땅은 메마른 채로 그대로 있지 않았을까.

내 마음이 무너져 잘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가 내게 씨앗을 주며 ‘어쩌면 될 수 있을 거야’하는 그 목소리를, 또 내 안에 작은 속삭임을 따라가보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루고 그 생명이 물길을 찾고 그 순환이 대기의 흐름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는 온다는 것을 기다려보기. 내가 알아채기 어려운 속도로 기대 했던 것이 더디더라도.

넌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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