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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우리는 딱이야』 언어와 세대의 장벽을 뛰어넘은, 우리 이야기 2020-06-14 03:48:15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표지가 안겨주는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표지가 내용을 모두 포용할 수는 없지만, 책이 주고자하는 의미와 감정들을 고스란히 안겨줄 때도 있다. 오늘 내가 만난 책이 바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책장 속에 담긴 이야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고, 책을 덮고 난 후의 감동이 표지로 그대로 전해져 바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 그림책이 있다.

엄마의 차에서 내려 혼자 길을 걸어가는 한 소년, 엄마는 바로 출발해야 하는, 자동차의 시동도 끄지 못한 채 소년과 인사를 한다. 긴장과 불안의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담겨진 소년은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체념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로 보물창고 I LOVE 그림책 『우리는 딱이야』 이다.

엄마의 부재를 채워줄 누군가는, 식성도 언어도 다른 할아버지이다. 오늘의 만남이 서로에게 너무나 어색한 시간,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기에 둘 사이는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할아버지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손자는,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것은 바로 그림그리기.

할아버지는 손자의 그림에서 뜻밖의 반가움을 느끼고, 그 동안 닫아두었던 스케치북을 열어준다. 손자가 그린 색연필 그림 옆에 할아버지가 붓으로 그린 그림을 나란히 놓아본다.

붓과 먹물로 그린 할아버지의 그림은 손자가 색연필로 그린 그림과 흡사 닮아있다. 어린 시절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영웅의 모습이 그들 사이에 놓인다. 마술봉을 든 손자의 영웅과 마치 창을 연상케하는 붓을 든 할아버지의 영웅이 세대를 거슬러 만난 듯, 서로의 마음을 대신하여 펼쳐진다.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바로 그때

그 해묵은 거리감은

으르렁거리며 되돌아고 말았지.

이제 난 두렵지 않아.

왜냐하면 난 우리가 길을 건널 수 있다는 걸 알거든.

할아버지와 손자의 그림은, 서로 다른 언어의 벽을 허물어 마음을 열어주는 첫 단추가 되어 주었고, 생활하는 순간순간마다 찾아오는 언어의 장벽은, 서로를 향한 부담감과 불편함이 되어 때로는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세대가 다른 두 사람에게 시간은 거리감으로 이어져 서로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로가 그린 그림으로 마음을 열었고, 서로가 꿈꾸던 그 마음을 알아버렸다. 언어와 세대가 주는 장벽이 때로는 너무나 높지만, 서로가 다르면 다른대로 소중하고 이 순간이 주는 행복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아버린다.

언어도 세대도 다른 할아버지와 손자, 이들은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소중함을 알게 하는 “딱”인 존재로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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