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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기린이 사는 골목 - mosensia 2021-02-01 20:26:15

기린이 사는 골목 /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향기가 나!”

배화동 배화로 360번 길 골목에 기린을 꿈꾸는 선웅이가 살고 있습니다. 2층 자기방에서 내려다보며 은형이를 지키기 위해 목을 길게 빼고 늦은 밤 잠도 자지 못하고 항상 지키고 있지요. 키 160cm에 몸무게가 104kg가 나가는 선웅이와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에 엄마는 태국인 사이에 태어난 은형이는 배화동에서 삽니다. 아이들은 선웅이와 은형이를 자신들과 다르다고 놀리지요. 선웅이는 초고도비만이라 어딜 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습니다. 친구들은 선웅이를 ‘돼지’라고 불러요. 혼혈인 은형은 친구들이 ‘튀기’라고 놀립니다. 은형은 술주정뱅이에 노름으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 선웅이네 집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항상 술에 찌들어 지내면서 맘대로 되지 않으면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는 은형이가 가장 싫어하고 무서운 존재입니다.

항상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은형이 안쓰러워 선웅은 은형을 지켜주려 합니다. 선웅보다 한 살 많은 은형은 아버지가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한해 늦게 학교에 가서 선웅과 같은 학년입니다. 그래도 선웅은 은형을 항상 누나라고 부릅니다. 은형을 위해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에게 맞는 은형을 지켜주려 애쓰고, 몽유병으로 돌아다니는 은형을 지키기 위해 밤에도 편히 잠들지 못하지요. 아침 등굣길에 항상 은형을 바라보며 지내는 게 행복한 아이 선웅입니다. 그런 여리고, 감성이 풍부한 선웅은 비만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지요.

선웅과 은형 사이에 기수가 있습니다. 선웅과 은형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으면 짜잔 하고 나타나는 기수는 다부진 몸에 날렵합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친구들의 아픔을 알고 보호해 주려 하는 따뜻한 아이입니다. 지뢰로 얼굴을 잃어버린 이복규 할아버지와 함께 배화동에서 살고 있지요. 이복규 할아버지는 노숙자들을 위해 꽃밥 집을 운영하십니다. 폐지를 주워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부자이십니다.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을 기수는 보고 자라 힘들고 아픈 아이들의 수호천사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도와줍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선웅과 은형은 자연스레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꺼려 합니다. 기수도 마찬가지 이지요. 세상은 선웅과 은형, 기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선웅과 은형, 기수는 스스로를 은따로 만들어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기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상상하며 노는 걸 좋아합니다. 선웅은 잠시나마 끔찍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은형에게 선웅은 몽유병으로 돌아다니는 시간만이라도 행복하라고 샘물공원에서 사바나의 초원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서 둘은 자주 사바나에서 동물들을 만납니다. 상상하며 자신들의 세계에서 여행을 떠납니다.

“분홍 달팽이 앞에 마주 선 달팽이가 말했어, 이제 네 영혼이 가벼워졌니? 여긴 꿈꾸는 달팽이만 볼 수 있는 세상이란다. 너처럼 자신을 위해 꿈꾸는 달팽이만 오는 세상이야. 네가 슬픔에 둘러싸여 있던 기억을 벗어 낼수록 저 달도 비늘을 벗는단다. 왜냐하면 저 달은 이 세상으로 오는 달팽이를 위한 달이거든.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향기가 나. 네 발 등을 덮은 달 비늘도 그래서 향기가 나는 거야.” – 본문 중에서

항상 우울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는 은형을 조금이나마 희망과 행복을 주기 위해 선웅은 은형을 위해 이야기를 만듭니다. 은형을 생각하고, 함께 하기를 꿈꾸며 한번 웃는 은형의 모습을 보는 걸 꿈꿉니다. 선웅은 동화 작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상상 속에서 사바나에도 가고, 무인도에도 가고 달나라에도 간다고 말하지요. 그 상상을 엮다 보면 동화가 됩니다. 자신의 동화가 누군가 읽고 행복해지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선웅이가 될 겁니다.

이제 아이들은 세상에 나아가보려 용기를 냅니다. 기수는 할아버지를 도와 꽃밥 집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합니다. 은형과 선웅도 함께 꽃밥 집에서 자원봉사를 하지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연습을 시작한 것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들은 학교에서도 자신의 소리를 내봅니다.

선웅이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지은 동시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하면서 세상 속으로 나아갑니다. 은형도 아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아빠에게 정면으로 부딪혀봅니다. 아빠와 싸우면서 자신을 위해 세상으로 나가려고 노력하지요.

열다섯. 중2. 중2병. 저도 겪은 중2입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내가 누군지 내가 왜 태어났는지, 친구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절의 아름답지만 나름 처절한 사춘기를 보낸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나 자신과 싸우며 무섭지만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 친 것임을 이제는 압니다. 나와의 대화를 하기에도 힘든 시간임에도 선웅과 은형은 자신이 처한 열악한 조건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 합니다. 선웅은 온전히 은형만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지요. 거구의 몸이지만 은형을 위해 숨이 턱이 닿도록 달립니다. 세상 끝까지 은형을 지켜주려 애씁니다. 은형은 아버지라는 거대한 괴물 속에서 빠져나오려 악을 쓰지만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점점 죄어옵니다. 그래도 둘은 끝까지 나아갑니다.

어른으로서 좀 더 밝은 세상을 살아가도록 만들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해집니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왕따,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해져 있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아프고 병들어 갑니다.

아이들은 지붕 있는 집에서 일어나 지붕이 있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지붕 있는 학원으로 가고, 다시 지붕 있는 집으로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제 바깥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밝지 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에도 턱없이 문턱이 높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봅니다. 선웅과 은형, 기수를 보며 힘들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곳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고, 용기를 내어 자신을 사랑하고, 친구를 도와주고, 사람들을 돕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 지길 바랍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을 사랑하고, 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고, 친구나 타인의 아픔과 슬픔도 함께 나누며 공감해 주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어렵고 험한 세상이지만 매일매일 해가 뜨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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