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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들이 사는 나라'로 보내자. 어른들은 쩔쩔 맬거야. 그 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 yeonipeo 2020-12-30 11:32:54

3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시집,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 꿈오리가 정말 좋아하는 시집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우리 집 책장 한 켠을 늘 지키고 있답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아동청소년문학 출판사인 푸른책들의 대표이자 시인인 신형건님이 대학 졸업 때 출간한 첫 시집으로 대한민국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치과 의원 원장님이었던 이력과 더불어 지금도 베스트셀러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비롯한 많은 책을 번역한 번역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무엇보다 37년 동안 꾸준하게 시를 써온 시인이랍니다. 다수의 시가 초,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는데요. 작년에 중 2 큰 녀석 국어 교과서에서 ‘넌 바보다’를 만났을 땐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정말 반갑고 기뻤답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1990년 첫 출간한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가 2020년 30주년을 맞아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는데요. 시인의 말씀처럼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제1부 ‘거인들이 사는 나라’, 제2부 ‘물음표가 있는 이야기’, 제3부 ‘가랑잎의 몸무게’, 제4부 ‘아버지의 들’, 제5부 ‘조그만 이야기’까지 모두 89편의 시를 담아놓았는데요. 우리 마음의 문을 여는 초인종을 누르며 시작합니다.


초인종

꼭 닫혀 있는 줄 았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네 마음의 문은 빠끔 열려 있구나.

(중략)

내 마음이 너를 부르는

기쁜 이 소리가 들리지 않니?

잘 들리지?

그럼, 어서 문을 열어 주렴!

 

‘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어른들이 아이가 된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간 어른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젊어지는 샘물’을 마셔서 어린아이가 된 아빠와 엄마는 또 어떨까요? 어린아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잔소리를 하는 건 아닐까요?

 

거인들이 사는 나라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곳

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머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중략)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내며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눈금이 어디에 멈출까요? 서로 등을 돌린 채 달려가는 철길 두 줄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걸까요? 바람의 집에 세 들어 사는 풀꽃들은 방세로 무얼 낼까요? 갈매기가 울 때 마다 바다가 파란 주머니에서 꺼내 준 것은 무엇일까요? 별을 담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은 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요? 여러분은 어떤까요?

 

가랑잎의 몸무게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따스함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그 따스한 몸무게 아래엔

잠자는 풀벌레 풀벌레 풀벌레…..

꿈꾸는 풀씨 풀씨 풀씨……

제 몸을 갉아 먹던 벌레까지도

포근히 감싸 주는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이번엔

너그러움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노래한 시들 외에도 겸손함이라고는 1도 없는 잘난 체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풍자시도 있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선 그 대상이 다른 사람들일 수도 있겠지만, 어른인 꿈오리의 입장에선 선거철에만 열심히 고개를 숙이는 그 분들이 떠오릅니다.

 

뽐내지 마

 

노랑 빨강 파랑 풍선 풍선 풍선이

서로 잘났다고 고개 빼들며 뽐내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야.

어디 제힘으로 뱃속을 채웠나

남이 불어 주어서 그런 모습이 됐지.

주둥이에 맨 실을 풀어 볼까, 어찌 되나?

가시에 한번 찔려 볼래?

!

 

‘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여러분은 어떤 장면,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나요?

 

2020년은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고 고단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아 찾아올 따스한 봄날엔 모두가 싱그러운 자연 속을 마음껏 거닐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끝으로 시인이 그동안 한 번도 엮어내지 않은 시 13 편 중 한 편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까 합니다.

 

겨울 들새

 

꽁꽁 언 땅 위에

들새들이

별 모양의 발자국을 찍은 것은

낟알 몇 개를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단다

매운 겨울바람이

휘파람 소리 내며 몰아쳤지만

들새들의 노래만은 끝내

빼앗지 못했단다

난 보았지

따스한 체온 남아 있는

들새들의 발자국에

가장 먼저

파릇한 새싹 트고

별빛 머금은 풀꽃 피어나는 것을

소리 없이 일어서는

푸른 보리밭 이랑에서

더 고와진 목소리를 뽑아내며

솟아오르는 한 마리

종달새를.

 

‘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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