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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아빠랑 오토바이 타고 동네 한 바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신나는 저녁 산책-candy718 2021-06-27 20:17:21

『 아빠와 오토바이타고 동네 한 바퀴

이자벨 퀸테로 글. 지크 페냐 그림.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

우리집에는 빨간색 오토바이가 한 대 있었다.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았던 강원도에서의 오토바이는 아빠의 출근용으로, 엄마가 타지에서 다녀오는 길에 아빠가 배웅나가 엄마와 짐을 실어오는 픽업용으로, 가까운 계곡으로 휴가를 떠날 때 짐을 나르는 용도로 사용된, 우리집의 아주 귀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아빠의 출근 시간이 좀 늦어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오빠와 나를 학교까지 태워주었다. 가득찬 버스에 몸을 구겨넣지 않아도 되고, 엄마가 미리 주는 버스비로 하교할 때 친구들과 50원짜리 쭈쭈바를 하나 물고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그 때의 시간이 『아빠와 오토바이타고 동네 한 바퀴』를 보면서 새삼 떠올라 피식하고 웃음이 지어진다.

아빠의 허리를 꼭 안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란, 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다.

요근래 배달서비스로 오토바이가 거리에 쏟아져나오면서 위험성이 높아져 오토바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엔 오토바이도 차도 없었던 때라 도로를 달리며 피부로 느끼는 바람과 공기, 그리고 아빠의 허리를 안고 아빠의 등에 매달린 채 느끼는 아빠의 온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목수일을 하는 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트럭 소리가 나면, 헬멧 두 개를 챙겨 부리나케 뛰쳐 나가는 소녀의 다급한 손길에서 아빠의 퇴근만을 기다린 간절함이 절로 느껴진다.

아빠의 톱밥냄새조차도 아빠의 굳은 살도 그녀에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아빠의 넓은 등에 기대서 아빠의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 채 늦은 산책은 그녀의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아빠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의 곳곳을 누비는 재미는 소녀만이 알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갔던 추억의 장소도 둘러보고, 마을 이웃들과 손인사도 나누며, 아빠의 동료들이 일하는 곳도 찾아가 인사를 하는 그 시간이 소녀에겐 분명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어 줄 것이다.

아빠의 퇴근만을 기다렸다가 헬멧을 챙겨오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며 오토바이 뒤에 태우는 아빠의 따듯함과 기분좋게 불어오는 마을의 냄새, 반갑게 맞이하는 이웃들의 인사는 좋은 기억으로 그녀에게 오래도록 남겨지리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오토바이 그리고 아빠와 딸의 저녁 나들이는, 시간을 공유하고, 장소의 기억을 떠올리며, 향기를 함께 나누는 매우 특별하고도 따듯함을 전한다.

『아빠와 오토바이타고 동네 한 바퀴』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은 듯, 내가 마치 이웃들을 만난 듯 생동감있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흥분되었다가 반갑게 미소가 지어졌다가 아빠의 품에 안긴 그녀의 표정에서 행복함을 전달받게 된다.

주말 저녁, 아빠의 등에 매달려 오토바이를 타고 강을 끼고 달렸던 그 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을 만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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