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신간평가단] 어느 할머니 이야기 - mulganamu 2022-01-06 22:34:38

어느 할머니 이야기

조앤 슈워츠 글,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어느 날 문득,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난 왜 목소리를 떨고 힘없는 목소리를 연출하며 읽어주고 있을까. 진짜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크기가 조금 작을지언정 젊었을 적 고운 목소리 그대로 가지고 계신데. 스스로의 변명은, 그렇게 해야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전해줄 때 인물 구분이 확실해 진다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동화 구연을 배우며 연습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그것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나이듦’을 가까이 느끼기 시작하자 보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라는 이름 뒤에 너무도 분명하지만 보지 못했던 모습, 한 인간이자 여성이라는 모습을 말이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볼품없이 늙은 개와 함께 살림살이가 별로 없는 낡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나이가 든 집과 살림살이들과 반려견.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 록 늘어나는 짐들을 보며 이게 정말 나에게 다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함께하는 가족이 한 명 한 명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난 살림살이들. 자녀들을 다 키워서 보낸것인지, 아니면 독신으로 사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 곁에는 할머니를 따르는 늙은 개와 꼭 필요한 살림살이만 남아있네요.

책 표지를 볼 때는 할머니 얼굴의 주름살이 안보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라는것이 얼굴 주름에서 느껴집니다.

하지만 몸이 노쇠해지고 힘이 없어진다고 생각이 사라지고 감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우린 종종 착각합니다. 할머니는 좋은것도 싫은것도 크게 내색하지 않으니 그런 감정조차 없다고 말이죠.) 책에서 보는 할머니의 산책은 늘 반복되는 길이건만, 마치 날아가는 까마귀가 날개를 펼쳐 바람의 흐름을 타고 미끄러지는 것을 처음 보는 것 마냥 그 설렘과 경이로움이 독자에게도 전해집니다.

할머니의 산책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젊음, 계속해서 내게 머물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늘 같은 장소 같은 길을 걷는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새롭게 변하는 풍경과 그 속을 걷고 있는 나의 매일 변하는 모습. 어쩌면, 젊음이 내게 머물었을 때는 그 풍경들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꽃이 거기 있고, 달이 거기 있고 길은 집을 향해 있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시절. 이제는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더없이 웅장하고 거대하고 따뜻하고 아름답다 느낍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낄 수 록 더욱 간절해 지는 풍경들이 아닐까요.

책 마지막으로 향할 수록, 저는 이 끝이 할머니의 고요한 평화로움인듯 하면서도 혹시 이것이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고 난 뒤의 어떤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그런것을 의도한 것은 아닌듯 하지만요. 아무래도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는 독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더해지면서 수만가지 이야기로 뻗어가게 되는것이니…

혼자이면 외롭고 쓸쓸하겠다, 나이가 들면 적적한 삶이 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책.

북적북적이는 가족 사이의 노년을 생각하지만, 온 자연을 오롯이 느끼는 삶의 일면을 보게 한 책.

《어느 할머니 이야기》 였습니다.

facebook twitter hms

전체 0

자동생성방지
자동생성방지를 위해 왼쪽에 보이는 숫자를 입력하세요.

글 읽기
이전 [신간평가단] 동생 찾기 대소동 - best916 2022-01-06 13:05:18
다음 [신간평가단] 동생 찾기 대소동 - mulganamu 2022-01-06 22:41:03


최근 본 상품 (0)

배송정보
배송조회를 하시려면 송장번호를 클릭하세요
배송조회
상품명
주문번호
택배사
송장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