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에 바르는 연고 같은 동시집
얼마 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서 구성원 2인 이하인 가구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 한두 명이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3, 4인 가족보다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혼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손자녀를 조부모가 맡아 키우는 가정이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물론 편부모나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 커다란 상처이자 한계가 될 것이다. 수철이도 이러한 상처와 한계를 간직한 아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시골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되었으며, 심지어 수철이네 동네에 아이라고는 수철이 한 명뿐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평소에는 수업을 마치고 할머니의 농사일을 돕느라 잘 놀지도 못했다. 하지만 옆집에 다연이란 소녀가 이사를 오면서 수철이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지녔을 다연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 것이다.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정진아 시인이 새롭게 펴낸 동시집 『엄마보다 이쁜 아이』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지를 찾아 그곳의 어린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기를 좋아하는 정진아 시인은 그동안 쌓은 탄탄한 문학적 내공과 기발한 상상력, 따듯한 감성과 재치 있는 표현력을 더해 수철이의 이야기를 41편의 동시로 빚었다. 상처 입고 외로웠던 수철이가 ‘엄마보다 이쁜 아이’를 만나 밝고 긍정적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뭉클하게 그리며, 행복은 불행과 함께 다니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 속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독자들은 수철이가 다연이의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 가는 모습, 그로 인해 한 뼘 더 성숙하는 과정을 확인하며 외롭고 상처 입었던 마음 한편이 스르르 아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엄마보다 이쁜 아이를 위한 엄마만큼 이쁜 동시!
내 공책에 낙서하지 말랬지./ 공깃돌은 어디다 감췄어?/ 급식 반찬 몰래 버린 거/ 선생님께 이르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니?// 착착착/ 빨리 걷는 다연이 뒤를/ 스윽스윽/ 느리게 따라 걷는데// 척/ 멈추더니/ 휙/ 뒤돌아본다.// 화난 다연이/ 철구 아저씨네 누렁이만큼 무서운데/ 그래도 이쁘다/ 엄마보다 더 이쁘다. -「엄마보다 이쁜 아이」 전문
아이들에게 ‘엄마’는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상대이다. 하물며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수철이에게 엄마는 이 세상 누구보다 그립고 한없이 안기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보다 예쁜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할 줄이야! 동시집 『엄마보다 이쁜 아이』의 가장 큰 매력은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행복과 웃음을 찾고 싶은 아이들의 순수한 욕심이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엉뚱하지만 선량한 아이들의 욕심을 지켜보노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정진아 시인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아이들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미세한 변화를 오롯이 포착하여 시어로 다듬어 내었다. 이 동시집이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은, 차마 직접 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중얼중얼하며 다연이의 목소리와 첫인사했던 부끄럼쟁이 수철이(「첫인사」)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용기와 희망의 기운을 얻는다는 점이다. 수철이는 청량한 시골 생활과 할머니의 사랑을 만끽하고 한없이 아이들을 안아 주는 선생님(「‘안아 줄게’ 선생님」)과 간식 주머니를 나눠 먹을 친구들(「간식 주머니」)을 만나면서 마음 안 맞는 친구와도 의젓하게 지낼 줄 알게 되고(「토닥토닥」), 다리 아픈 할머니를 위해 밭에 난 풀도 스스로 뽑으며(「여름 밭」), 상대방의 외로움을 먼저 살피는 마음(「보인다, 들린다」)도 갖게 된다. 어린 독자들은 수철이의 성장기에 때로 공감하기도 하고 자신을 반성할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동시집 『엄마보다 이쁜 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엄마만큼 예쁘고 소중한’ 동시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동시들은 ‘엄마처럼’ 어린 독자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다. 또한 다쳤거나 주눅이 든 마음, 서운하고 아쉬웠던 순간들을 어르고 달래 준다. 이 동시집은 풍부한 감성과 희망의 기운을 전하며 어린 독자들이 ‘엄마보다 예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요 내용
수철이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게다가 동네에 아이라곤 수철이 하나뿐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할머니의 농사일을 돕느라 수영장에 가지 못하고, 할머니가 장에 가시면 혼자서 밥을 챙겨 먹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다연이라는 소녀가 이사를 오면서 수철이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시골로 전학을 와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다연이와 친해지기 위해 수철이는 갖은 노력을 다한다. 과연 수철이와 다연이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동시집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언제나 밝고 명랑한 수철이와 닫았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 주는 다연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41편의 동시로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