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생명들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혹시 여러분은 땅바닥을 앙금앙금 기어다니는 아기개미가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못난이 호박과 꼬부랑 할미꽃과 아기도토리가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또 없나요?
아이들은 나비와 호박과 토끼 같은 온갖 곤충과 식물, 동물들과 이야기를 한다. 길을 가다 작은 생명들을 만날 때면 아무 거리낌 없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 그러면 그 생명들도 아이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어느새 둘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 깔깔거리며 신나게 논다.
『아기개미와 꽃씨』(푸른책들, 2006)에는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진주를 품은 조개」를 비롯하여 온갖 생명들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16편이 실려 있다. 이 동화집에는 나비, 할미꽃, 개구리, 까마귀, 토끼, 개미, 매미, 밤나무, 호박 등 어지간한 생명체들은 다 들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때로는 아기개미가 되었다가, 때로는 꽃씨가 되었다가, 때로는 봉숭아가 되어 보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또한 그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우정, 인내, 용서 등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는 없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생명일지라도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볼품 없는 꽃이라고 나비에게 타박을 듣는 할미꽃에게는 맛있는 꿀이 가득하고(「나비와 할미꽃」), 새들도 짐승들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늙은 밤나무는 추운 겨울 동물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다(「늙은 밤나무」). 흉하게 찌그러진 못난이 호박은 뱃속에 많은 씨앗들을 품고 있고(「못난이 호박」), 조그만 꽃씨와 아무런 재주가 없는 조개도 다 세상에서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아기개미와 꽃씨」, 「진주를 품은 조개」).
이처럼 이 동화집에는 너무 작고 하찮아 무심코 지나치는 생명일지라도 소중히 안아 보듬어 주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한없이 곱게만 자라 타인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에 이 동화집은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고, 아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사랑받아 왔다. 또한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아 제8회 대한민국문학상 아동문학 부문에서 상을 받았으며, 이 동화집에 실려 있는 「진주를 품은 조개」는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주요 내용
「아기개미와 꽃씨」 -추운 겨울, 잠을 자다 깬 아기개미는 배가 고파 조그만 꽃씨 하나를 입에 문다. 꽃씨는 자기를 먹지 말라고 아기개미에게 애원한다. 아기개미는 처음에는 냉정하게 거절하지만, 간절하게 말하는 꽃씨를 믿어 준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꽃씨가 싹을 틔우고, 예쁜 봉숭아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윽고 봉숭아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많은 씨앗을 퍼뜨린다. 아기개미는 어른개미가 되어 새로 태어날 아기개미를 위해 꽃씨를 땅굴 속 곳간에 갈무리한다.
「진주를 품은 조개」 -바닷속 물의 나라에 사는 물고기, 게, 새우는 모두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재주도 없는 조개는 물고기, 게, 새우를 부러워하다 병을 얻는다. 살을 찢는 아픔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정신을 차린 조개는 껍데기를 열다 아팠던 속살에 영롱하게 박혀 있는 아름다운 진주를 보게 된다.
이 밖에도 「나비와 할미꽃」, 「연못과 창포못」, 「까마귀와 눈사람」, 「똑똑한 토돌이」, 「개미와 매미」, 「늙은 밤나무」, 「감자와 토마토」, 「못난이 병아리」, 「게가 되고 싶은 새우」, 「싸릿골 이야기」, 「외로운 눈사람」, 「멧돼지와 집돼지」, 「엄마참나무와 아기도토리」 등 온갖 생명들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13편의 이야기가 더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