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 아이들의 마음이 생생하게 담긴 이야기들
이금이 작가는 ‘이 시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꾼’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이후, 20여 년 동안 진한 휴머니티가 담긴 감동적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송아지 내기」, 「소희의 일기장」등 4편의 동화가 실리기도 한 이금이 작가는 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초월하여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지붕 위의 내 이빨』(2006, 푸른책들)에는 젖니가 빠지고 이제 막 어린이가 된 앞니 빠진 아이들에게 보내는 이금이 작가의 작은 선물이 가득 담겨 있다. 이 동화집을 살며시 펼쳐 보면 표제작 「지붕 위의 내 이빨」을 비롯하여 저학년 또래의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과 마음이 생생하게 담긴 이야기 9편이 ‘펑’ 하고 튀어나온다.
만날 동생과 옥신각신하며 다투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나는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는 말을 수십 번이나 반복하는 벌을 받는 상준이(「나는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 앞니가 빠진 것이 부끄러워서 좋아하는 여자 아이 앞에서 입을 꼭 다물고만 있는 민수(「지붕 위의 내 이빨」), 태권도장에 다니면서 자기를 ‘땅콩’이라고 놀려대는 친구를 이단옆차기로 혼내 주겠다고 벼르는 태민이(「마음의 키」)처럼 동화 속 아이들의 모습은 실제 모습처럼 생생하다.
주요 내용
「지붕 위의 내 이빨」 -민수는 동생을 데리러 수지네 집에 가기 싫었다. 할머니가 흔들거리는 앞니를 뽑아서, 수지에게 앞니 빠진 맹구 같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민수는 엄마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다. 동생 민정이는 수지와 감나무 아래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지가 화가 난 것처럼 입을 꼬옥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수지가 사마귀를 보고 깜짝 놀라자, 그제야 민수는 수지도 앞니가 빠진 것을 알았다. 민수와 수지는 서로를 보며 마음껏 웃었다.
「마음의 키」 -또래에 비해 몸집이 작은 태민이는 유치원을 그만두고 태권도장에 다닌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 태민이 나이를 잘못 알고, 친구들이 자꾸 ‘땅콩’이라고 놀렸기 때문이다. 태민이는 놀리던 친구를 만나면 이단옆차기로 혼내 준다고 벼른다. 그런데 길에서 성수를 만났지만 이단옆차기는 하지 않고 반가워한다. 엄마가 왜 태권도로 혼내 주지 않느냐고 묻자, 태민이는 ‘성수도 태권도를 배우면 (정정당당하게) 그 때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제야 엄마는 태민이가 전에 비해 의젓해지고 마음의 키가 쑤욱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밖에도 「나는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 「마지막 운동회」, 「나는 아빠의 씨앗」, 「설날」, 「감나무」, 「지원이의 예쁜 손」, 「아주 특별한 2000년 5월 5일」 등 저학년 아이들의 심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는 7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