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영원히 남을 가장 아름다운 동화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이 들려 주는 이야기
‘동화’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일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안데르의 동화 「인어 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등이 가슴 속에 오롯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울고 차기를 반복하는 달은 하늘에서 뭘 보고 뭘 느끼는 것일까? 세상에서 달만큼 많은 곳을 둘러보고 많은 곳을 여행한 존재가 또 있을까? 그런 달에게서 세상 모든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림 없는 그림책』에서 화가는 ‘달에게는 세상만사가 동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게 다 놀랍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모든 게 마법이다!”라는 안데르센의 말처럼, 『그림 없는 그림책』에는 그린란드, 폼페이, 페잔의 어느 사막 등 낯설고 먼 장소에서 일어난 일들도 전설이나 신화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일상적인 소재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전해 내려오던 전래동화를 단순히 리라이팅하여 정리한 그림 형제와 달리, 안데르센은 창조적인 이야기를 새로이 탄생시킨 것이다. 또한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안데르센의 동화는 민족적 ? 지역적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남아 있으면서도 보편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세대를 거듭하며 130여 년이 지나도록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그의 작품이 읽히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불후의 명작, 세대를 거듭할 고전
안데르센은 “난 어른들을 위해서 어떤 아이디어나 사상을 택한다. 그런 다음 그것을 어린이들이 알아들을 만한 이야기로 만든다.”고 말했다. 안데르센 작품의 아름다움을 논하자면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시적이고 서정적이라서 성인조차 공감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 또한 한 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지식이 필요한 난해한 작품들도 있다. 그래서 동화의 정수로 평가되고 있는 둘째 밤, 열일곱째 밤, 서른한째 밤, 서른셋째 밤을 비롯해 어린이들이 읽기에 좋을 만한 작품 17편만을 골라 엮었다. 게다가 액자 구조로 삽입되어 있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삽화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닭장의 닭들에게 지난 밤 괴롭힌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뽀뽀를 해 주려는 꼬마의 이야기와 개구쟁이 오빠들이 인형을 빼앗아 나무 위에 올려놓았을 때 비로소 ‘심술궂은 마음’을 이해한 여자 아이의 이야기는 386세대인 부모들이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던 작품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처럼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비록 짧은 이야기이지만 긴 이야기보다 더 강한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하며 모두에게 익숙한 『그림 없는 그림책』은 마음 깊은 곳에서 메말라가고 있는 ‘동심’을 자극해 독자 모두를 아련한 추억의 세계로 이끌 것이며, 달이 들려 주는 신비하고 새로운 세계로 어린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안데르센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시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그림 없는 그림책』은 여러 편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감동은 평생 동안 가슴에 남아 세대를 거듭해 길이길이 전해질 ‘고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이제, 기억 너머에 빛 바랜 채 먼지 쌓인 『그림 없는 그림책』을 꺼내 읽어 보자. 여전한 감동과 따스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
가난한 화가가 있다. 그 화가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화가를 찾아온 반가운 친구가 있었으니, 그 친구는 바로 달이다. 달은 이제부터 화가에게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겠다며 그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려 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그림 없는 그림책』이다.
둘째 밤에 달은 어느 집 마당에서 본 여자 아이 이야기를 해 준다. 병아리들과 함께 유유히 노니는 암탉을 쫓다가 아빠한테 꾸중을 들은 여자 아이는 다음 날도 또 닭장으로 향해 닭들을 쫓아다닌다. 아이의 아빠는 어제보다 더 무섭게 아이를 꾸짖지만, 아이는 엉엉 울면서 말한다. 닭에게 어젯밤 일에 대해 용서를 빌고 뽀뽀를 해 주려고 했다고. 열일곱째 밤에는 새 옷을 입고 길가의 개에게 자랑할 생각으로 기뻐하는 여자 아이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서른한째 밤에는 집으로 들어온 곰을 커다란 개라고 생각하고 함께 병정놀이를 하며 신나게 노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서른셋째 밤에는 잠들기 전에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빵 위에 버터도 듬뿍 발라 달라는, 형제 많은 집의 막내 아이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처럼 『그림 없는 그림책』은 귀엽고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일상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