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아닌 역사로서의 단군
개천절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반가운 소식 하나가 들려 온다. 단군 이야기가 TV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주몽’, ‘왕과 나’를 만든 제작사는 최근 작가 야설록과 드라마 ‘단군’ 제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 번의 대형 사극이자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사극이 탄생하는 것이다. 작가는 “단군에 대해 신화적 접근이 아닌 역사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가능한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고, 인간 단군에 초점을 맞춰서 집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화가 아닌 역사적 관점에서 단군을 바라본 시도는 그것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강숙인 작가의 『하늘의 아들 단군』이 있다. 강숙인 작가는 『하늘의 아들 단군』의 집필 동기를 밝히는 글에서 우리가 단군을 신화적 존재로만 여기게 된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단군을 신화적 인물이 아닌 역사상의 조상으로 떠받들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어용학자들을 이용해 단군을 완전히 신화 속 인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가 일본보다 역사도 짧고 보잘 것 없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강요하여, 식민지 통치를 합리화시키려는 목적에서였다. 그와 함께 단군이 역사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수십만 권이 넘는 책을 강제 수거하여 불태워 없앴다. 이른바 고대사 말살정책이었다. 때문에 우리 고대사는 거의 백지 상태로 남아 있는데, 다행히 많은 재야 사학자들이 단군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 강숙인은 단군이 단순한 신화가 아닌 역사적 존재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청동기 시대의 삶을 그려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물론 『하늘의 아들 단군』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서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된 장편 역사동화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높은 개연성을 갖는 까닭은 그 바탕에 작가 강숙인의 철저한 역사의식이 생생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단군과 만나다
아이들은 왜 단군을 ‘단군할아버지’라고 부를까? 까마득한 옛날 신화 속 인물인 단군에게 느끼는 아이들의 거리감이 ‘할아버지’란 호칭으로 표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마치 단군을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산신령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단군할아버지 이야기는 진짜인가요? 아니면 그냥 지어낸 건가요?
단군할아버지는 신화라는데 그러면 누가 우리나라를 세웠나요?
단군할아버지는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던데 그게 정말인가요?
개천절이 어떤 날인지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나마 단군할아버지와 단군신화를 떠올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느낌을 감추기가 힘들다.
『하늘의 아들 단군』은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다. 소년 단군이 등장하고, 온갖 시련과 모험을 겪으면서 용기와 지혜를 갖춘 인물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삶이 역동적으로 그려진 성장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단군할아버지가 아닌 인간 단군을 좀더 가깝게 느끼게 될 것이다.
『하늘의 아들 단군』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과 풍부한 상상력을 훌륭하게 결합하고 있다. 인간 단군왕검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고 ‘홍익인간’의 깨달음을 얻어 나라를 세우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 있다.
신이 아니어도 좋다. 아니 그것이 신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 해마루(단군왕검)의 성장 과정을 담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따뜻한 감동과 생생한 교훈을 선사하며 아이들이 민족적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요 내용 - 마침내 조선을 건국하다
해마루는 하늘 부족 한(족장)의 아들이다. 하늘 부족은 아홉 부족 가운데 으뜸 부족이다. 따뜻한 성품을 지닌 해마루는 하찮은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을 만큼 생명을 귀하게 여겼다. 그러나 호시탐탐 으뜸 부족 자리를 노리는 호랑이 부족의 금미르에게 친형제처럼 가까웠던 친구 부루가 죽임을 당한다. 부루는 해마루의 정혼녀를 지키려다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 때부터 해마루는 활쏘기며 창던지기 등 관심을 두지 않았던 무술을 열심히 익히며 해마루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고 하늘의 큰 뜻을 깨우치고자 긴 여정에 오른 해마루. 그 여행길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 하늘의 큰 뜻을 깨우치게 된다. 천부인에 담긴 뜻을 깨닫고 사람과 천지만물이 서로를 돕고 살리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게 된 해마루는 마침내 아홉 부족을 하나로 아우른 새 나라, 조선의 단군왕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