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나는 쇠무릎이야」의 주인공 ‘쇠무릎’이란 식물은 볼품없는 외양 때문에 늘 꽃밭의 다른 꽃들에게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꽃밭에 어린 소녀와 함께 찾아온 할머니가 자신을 발견하고 반색하며 말하는 것을 엿듣고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때까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쇠무릎은 그제야 자신의 이름이 ‘쇠무릎’이며,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 주는 약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자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어느 유명한 시의 한 구절처럼 쇠무릎은 자아를 발견하고 난 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식물이 된 것이다.
작가 김향이는 이번 동화집을 펴내면서 “텃밭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던 날, 밭일을 끝내고 그늘에 앉아 쉬다가 여름 땡볕에 버려진 잡초를 보고 죄를 짓는 것 같았다”며 “그 날 뿌리 채 뽑혀 말라 죽은 쇠무릎을 보고 「나는 쇠무릎이야」를 쓰게 되었다”고 회고하였다. 우리가 하찮게 여겨 홀대하는 것들에도 무릇 생명이 깃들어 있으며, 이러한 것들의 소중함을 작가는 4편의 동화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