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활짝 열린 한준이 마음 속 보물창고의 문!
도시 아이 한준이의 마음은 꼭꼭 닫혀 있었다. 마음이 닫혀 있으니 그 마음 한 쪽에 있는 보물창고도 텅텅 비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나 서울에서 컴퓨터 게임기와 에어컨을 갖고도 가난했던 한준이는 시골 외갓집에 와서 부자가 된다.
큰외삼촌을 감싸 안는 할머니와 돌아가신 엄마가 준 민들레 방울을 소중히 간직하는 달래, 새끼강아지의 죽음 때문에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개 ‘큰 놈’을 보면서 한준이는 자기가 보기엔 하찮기만 한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이 가진 보물의 소중함을 인정할 줄 아는 마음’이라는 소중하고 기특한 보물이, 어느새 한준이의 마음 속 보물창고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 앉은 것이다.
작가는 한준이가 부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정겹고 맛깔 나게 들려 준다. 모자란 것 없지만 틀림없이 가난한 요즘의 아이들에게 장경선 장편동화 『쇠똥 굴러가는 날』은 실로 ‘보물’과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쇠똥 굴러가는 날』의 주요 내용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한준이네 가족은 시골 외갓집으로 내려가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다. 어렸을 때 머리를 다쳐 바보가 된 ‘멍텅구리 큰외삼촌’에 자신에게 으르렁대는 개, 같이 놀 친구도 없어 따분하기만 한 시골 생활이 싫은 한준이는 잔뜩 심통이 나 있다. 자기 또래의 말 못하는 여자 아이 달래를 우연히 알게 되지만 말 못하는 ‘벙어리’라며 몰아세운다.
어느 날 강으로 물놀이를 갔던 한준이는 물살에 휘말려 물에 빠지게 되고, 달래와 달래 아빠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못 이기는 척 달래의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하지만 놀라서 달려온 엄마와 달래 아빠가 초등 학교 동창이고 서로 친했다는 걸 알게 되자 한준이는 또다시 심통이 나고 만다.
주말에는 아빠와 이모부까지 모두 내려와 가족회의를 연다. 큰외삼촌과 외할머니 외의 가족들은 큰외삼촌을 장애인 수용시설로 보내자며 외할머니를 설득한다. 그게 외할머니와 큰외삼촌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아무리 모자란다고 하지만 자기 자식을 버릴 순 없다고 잘라 말하며, 아이처럼 엉엉 우는 큰외삼촌을 감싸 안는다.
그토록 미워하던 개 ‘큰 놈’이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지만 그 중 두 마리가 죽자, 한준이는 밥을 일부러 조금 주고 구박을 한 자기 탓이라 생각한다. 아빠와 함께 죽은 강아지들을 뒷산에 묻으며 눈물을 흘리던 한준이는 ‘사람마다 제각각 소중히 여기는 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한준이는 달래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쓴다. 약속 장소를 학교로 잘못 알고 한 시간도 넘게 혼자 기다린 달래에게 헐레벌떡 달려간 한준이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며 손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