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대신 “아빠!”
산에 오르면 괜스레 “야호!”라고 외치게 된다. ‘야호’는 독일 알프스 지대에서 쓰던 ‘johoo(욧호)’란 의성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고립됐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조난신호가 20세기 초 우리 나라에 건너와 마치 호연지기의 상징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큰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야호'처럼 부르게 되는 이름이 있다. 또 높은 산의 정상 위에 서서 '야호'라고 외칠 때처럼 애쓴 성과물을 인정받고 싶을 때 부르게 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아빠이다. 아이들은 아빠라는 큰 그늘 아래서 보호받으며 자양분을 얻어 쑥쑥 자라게 된다. 아이들이 말문을 트려고 ‘아, 아, 아…….’ 하다가 처음으로 배우게 되는 말 중의 하나도 ‘아빠’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머릿속에 아빠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컴퓨터 게임, 학원, 성적, 이성친구, 군것질, 다이어트……. 이런 생각들 때문에 안 그래도 바쁘고 무뚝뚝한 아빠들은 설 자리가 없다. 아빠의 사랑과 아빠와의 튼실한 관계가 꼭 필요하지만 아빠의 존재감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아빠들의 갖가지 모습을 담은 동화집 『아빠 좀 빌려 주세요』를 건네 주자. 아빠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함께 이 책을 읽은 뒤, 산 위에 올라 “야호!” 대신 “아빠!”라고 외쳐 보면 어떨까?
좋은 아빠, 좋은 자녀가 되는 법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가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에 관한 질문과 답도 넘쳐 난다. 그런데 ‘좋은 자녀가 되는 법’을 다룬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은 혼자서 꾸릴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가정을 이룬 뒤에도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꾸려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를 자녀 되게 돕는 것이 부모이듯, 부모를 부모 되게 돕는 것은 자녀이다. 그러기에 ‘이 시대의 아버지상’을 제대로 만들어갈 주역은 한 남자를 ‘아빠’라고 불러 주는 아이들이다. 그러니 '좋은 아빠'에 대한 고민은 아빠들뿐만 아니라 아빠를 둔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아빠 좀 빌려 주세요』에는 창피한 아빠, 미운 아빠, 불쌍한 아빠, 자랑스러운 아빠, 그리운 아빠, 열심히 사는 아빠 등 아빠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좋은 아빠를 만드는 씩씩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이 나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아빠, 내가 믿고 사랑해야 할 우리 아빠가 떠오른다. 또 우리 아빠의 아들 또는 딸인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책을 덮으며 ‘아빠’라고 조용히 불러 보자. 그 크고 깊은 이름을 담는 마음도 절로 크고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