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책들] 경성 새점 탐정
김재성 장편동화, 이영림 그림/푸른책들
제 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현직 치과의사이면서 셜록홈즈를 좋아하는 작가가 쓴
정통 추리 장편 동화이다.
제목이 사뭇 낯설었다.
경성..새점...탐정?
표지에 그려진 배경은 서울역인듯하고,
매서운 눈매의 중절모를 쓴 남자와 순사인듯한 남자의 뒷모습
그리고
마주하는 이의 마음를 꿰뚫을 듯한 눈을 한 여자아이의 모습은
선뜻 책을 펴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왠걸!
책을 잡고 나서는 단숨에 읽어버렸다.
추리소설이 그렇듯, 다음에 일어날 사건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
"너는 살인자다! 사람을 죽였어!"
강렬한 문장으로 책은 시작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을 잃어버린 십대 여자아이.
청계천 수표교 위에서 새점(새를 가지고 점을 치는것)을 치는 할머니를 만나면서
우연이듯 운명적으로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새점을 배우게 된다.
*
새가 정말 운명을 아는 신통력을 가진것일까?
사주를 푸는것에 익숙하고, 거기에 신문에 나오는 모든 정보들을 익혀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답을 주는
할머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 ... 어려운 순간에 직면한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해.
그 사람들은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해답에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단다."
사람들이 점집을찾는 이유, 이것이 아닐까.
그리고, 새점치는 소녀를 통해 난재가 술술풀리는것을 경험한 순사는
아이의 비법을 궁금해한다.
방법은 간단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신통력이 있다면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고, 관찰이었고 그것을 종합하는 능력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만 '관심'이 필요한걸까?
그렇지는 않을거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
책의 시대배경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서울 경성.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이 활동하던 때이다.
일본순사의 무례한행동으로 몸을 다친 할머니를 부축하며
당장의 생계를 잇기위해, 그보다 자신을 찾기위해 배운 새점으로
백화점 사장의 아들 납치범을 찾던 일본순사의 수사를 도와주고,
도자기가마 살인범을 잡는다.
그 공로로 경시청 자문위원이 된다.
하지만,
옳은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사건을 해결한 것이
독립군이 일본일을 상대로 한 거사를 뒤집는
매국노적인 처사였다니!
그 사이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 나중에서야 독립군을 돕고있던 할머니를 죽이려 벼르던 일본 순사의 짓이란 것을 알아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된다.
바로 예순넷의 나이로 신임 총독에게 수류탄을 던진 강의규 할아버지의 손녀
강영재. 할아버지를 도와 수류탄을 옮겼던 14살 소녀킬러.
소설 첫머리에 나왔던 문장은 영재가 스스로에게 말한 내용이었던거다.
그렇게 영재는 자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기를 찾는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셜록홈즈, 아가사 크리스티 등등의 작가의 추리소설로만 탐정을 접했지
그렇지 않고는 잘 접하지 못했던 글이었다.
동화에서는 더더욱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재의 할아버지로 나오는 강의규 할아버지는 실존인물이라는 것.
실제 강의규 의사는 삼일운동을 펼친 독립투사로
64세의 나이로 신임총독에게 수류탄을 던진 인물이다.
서울역 앞에 그 동상이 있다!
(손녀딸 영재는 창조된 인물이지만.)
시대사와 추리소설형식의 글이 어울려 만들어진 멋진 작품!
거기에, 마음을 울리는 문구와
몰랐던 독립투사에대해 알게되는 것까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또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하는
즐거운 책읽기 경험을 가져다 줄 책이다.
국내 최초 새점 탐정의 등장, 백 점 만점 추리의 비밀은?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경성 새점 탐정』 출간!
만화와 소설 그리고 영화에 이르기까지 ‘추리’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오랜 세월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장르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이 되면 전체 서점의 추리 관련 서적 판매량이 30% 가량 치솟는다 하니, 한국인의 추리 장르 사랑은 한결같아 보인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매우 복잡한 퍼즐처럼 녹록지 않은 범행 트릭을 파헤치는 추리 장르에 대한 관심은 우리 아이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초등학생이 된 고등학생 탐정이나, 명탐정이었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이야기들이 세대를 초월하는 ‘애니메이션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추리 장르를 향한 아이들의 마르지 않는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이처럼 ‘믿고 보는’ 추리 장르에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더해 보자. 여기에 명민한 추리를 해 나가는 탐정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열네 살 소녀라는 설정까지 더한다면 어떨까.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경성 새점 탐정』은 일제 강점기와 탐정과 기억상실이라는 세 가지 소재의 조화를 탁월하게 이루어 낸 추리동화이다. 기억을 모조리 잃은 채 발길 닿는 대로 걸을 뿐인 소녀의 머릿속으로 “너는 살인자다!”라는 비난이 흘러들어 오며 시작하는 도입부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윽고 우연히 만난 새점 할머니를 따라 천장 가득 새장이 걸려 있는 기묘한 판잣집에 들어서면서 소녀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발을 들여놓는다. 새점 할머니로부터 새가 뽑은 점괘 쪽지를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비법을 배워 경성 곳곳에서 일어나는 미제 사건들을 척척 풀어 나가는 소녀에게는 이내 ‘새점 탐정’이라는 별명이 생긴다. 그러나 백 점 만점의 새점을 치는 소녀의 주위로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일본 순사와 독립군까지 얽혀들며 새점 탐정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새점을 둘러싸고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은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오감을 자극하고 이야기 진행의 보폭이 크고 흥미롭다’는 심사평에 걸맞게 독자가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다. 해마다 등장하는 수많은 탐정들 사이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해 깊이 아쉬웠던 독자라면, 국내 최초 등장하는 ‘새점 탐정’의 활약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경성 +새점 +탐정이 만나 동화의 새 지평을 열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탐정이 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의뢰가 들어온 사건의 개요만 듣고도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이 있는가 하면 2인 1조로 팀을 이루며 추리의 ‘합(合)’을 보여 주는 탐정 콤비가 있고, 그런가 하면 누군가의 요청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사생활을 염탐하는 그림자 탐정도 있다.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경성 새점 탐정』은 추리 장르 아래 존재하는 수많은 탐정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새점 탐정의 등장을 알린 작품이다.
삼일 만세 운동으로 일본의 탄압이 더욱 거세졌던 1919년,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감돌던 경성에 탐정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소녀 하나가 나타난다. 고집스럽게 튀어나온 이마에 왕방울만 한 눈 그리고 새하얀 피부를 가진 앳된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지만 일본 순사가 묻는 사건의 범인에 대해서는 막힘없이 답한다. 그리고 그 답은 귀여운 한 마리의 새가 뽑은 종이 쪽지에 적혀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로부터 단서를 얻어 어른들도 풀지 못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새점 탐정의 등장은 어수선하던 경성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그리고 해결 못한 미제 사건들로 발을 동동 구르던 경성 순사들은 백발백중 새점 추리를 선보이는 소녀의 힘을 인정하고 정식 수사 자문 위원으로 임명하기에 이른다. 뛰어난 관찰력과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경성의 유명 인사가 된 새점 탐정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작품의 절정은 추리 장르만의 짜릿한 전율이 동화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한다.
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이자 치과의사로 경기북부경찰청 골격수사연구회 자문위원으로 활약하며 변사체의 치아를 감식하고 있는 김재성 작가의 첫 번째 추리동화 『경성 새점 탐정』은 기억을 잃은 소녀의 눈으로 일제 강점기의 경성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 내는 동시에,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의 세밀한 관찰을 통한 추리를 선보이며 추리동화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 준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복선들은 모든 비밀이 베일을 벗기까지 쉬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비로소 추리가 완성되었을 때의 큰 쾌감을 느끼게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추리 장르의 매력을 한껏 살린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경성 새점 탐정』은 피상적인 교훈을 전달하거나 요즘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묘사할 뿐이라는 동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좋은 동화가 되어 줄 것이다.
주요 내용
삼일 만세 운동 이후 일본의 탄압이 거세져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감돌던 1919년, 세련된 세일러복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여자아이 하나가 경성 시내를 정처 없이 걷는다. 과거의 기억을 모조리 잃은 채 발길 닿는 대로 걸을 뿐인 소녀는 청계천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묻는 것을 막힘없이 대답하는 용한 새점 치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새점 할머니가 찾아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할머니를 따라 천장 가득 새장이 매달린 기묘한 판잣집에서 지내기로 결심한다. 일본 순사에게 모진 발길질을 당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게 된 할머니를 보살피며 소녀는 할머니로부터 백발백중의 새점 치는 비법을 배운다. 하지만 할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새점을 치러 나간 청계천에서 또다시 순사를 만나게 되고, 소녀는 속임수로 경성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잡혀갈 위기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