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과 새점 그리고 탐정이라는 세 개의 낱말이 따로인 듯한,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한 번 보고는 입에서 맴돌고, 표지에 그려진 소녀와 두 사내의 모습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증이 인다.
"너는 살인자다! 사람을 죽였어!"라는 말이 귀를 때려 너무나 괴로운, 그 말이 왜 자신을 따라다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소녀가 길을 헤맨다. 걷다보면 자신에 대한 어떠한기억이 살아날 것이라 믿으며 거리마다 상점마다 기웃거려 보지만, 소녀는 어떠한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일제침략기인 경성, 1919년 삼일운동 직후의 경성은 일본 순사들이 자유롭게 활개를 치며 다니며 독립군을 찾는데 혈안이 되었을 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경성 새점 탐정』 . 작가 김재성은 작가의 말에서 글을 쓴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강영재는 일제의 식민 지배 아래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강우규 의사의 손녀딸 이름입니다. 강우규 의사는 평화로운 삼일운동을 펼친 우리 민족을 가혹하게 탄압한 일본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 독립투사였지요. 예순넷의 나이에 신임 총독에게 수류탄을 던진 강우규 할아버지의 동상은 오늘날 서울역 앞에 서 있습니다.
저는 이 역사적 진실에서 한발 나아가 할아버지에게 수류탄을 전달한 손녀 강영재를 만들어 냈습니다. 영재를 통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던 당시 어린이들의 용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소녀는, 거리를 헤매다 사람들이 모인 한 곳에 발길이 멈춘다. 장가갈 때를 알려달라는 청년과 집안의 가보가 없어졌는데 범인은 잡을 수 있을지 묻은 가장 그리고 기무라 순사까지, 바로 새점을 보는 할머니에게 다녀간다. 기무라 순사의 새점은 봐 줄 수 없다는 할머니는 그만 기무라 순사의 발길질에 쓰러지고, 소녀는 할머니를부축하고 할머니가 사는 판잣집으로 가게 된다.
할머니와 새 그리고 새점,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구관조와 "지식이 열쇠다"를 외치는 새의 말을 들으며 할머니가 정확하게 맞히는 새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착한 마음은 꼭 오래 보고 지내야 아는 것이 아니다. 아픈 상대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눈빛, 당당하면서도 타인이 다가올 공간을 남겨 두는 행동 하나하나에서 착한 마음은 나타난다."(37쪽)는 말씀과 함께 소녀에게 새점을 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새점은 미신이 아니라, 새점을보고자 하는 사람의 표정, 말투, 눈빛, 옷차림 등을 관찰한 뒤에 궁금한 것과 추리를 하여 완성하는 관찰력과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배운 새점으로 범죄자를 찾고, 납치범이 숨어있는 곳을 알려주는 등 열심히 활약했지만, 경시청에 협력하는 점쟁이, 독립군 사냥꾼으로 불리는 결과를 얻고 만다. 뒤늦게 자신의 새점이 독립군을 위기에 처하게 했으며,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할머니가 가난하게 살게 된 이유와 자신이 누구인지 캐묻지 않고 거둔 이유가 밝혀진다.
독립군의 손녀가 기억을 잃은 소녀로 등장하여 소녀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경성 새점 탐정』 은 새점이라는 색다른 소재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독립군의 활약을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표현한 책이다. 혼란스러웠던 경성의 분위기와 같은 민족을 앞잡이로 활용하고자 했던 기무라 순사의 교활함, 독립군들의 조심스럽고 위험천만한 활동 모습들이 소녀의 새점 그리고 소녀의 관찰력으로 밝혀지는 이야기였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멈출 수 없는 흡입력 있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푸른 문학상 수상작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국내 최초 새점 탐정의 등장, 백 점 만점 추리의 비밀은?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경성 새점 탐정』 출간!
만화와 소설 그리고 영화에 이르기까지 ‘추리’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오랜 세월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장르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이 되면 전체 서점의 추리 관련 서적 판매량이 30% 가량 치솟는다 하니, 한국인의 추리 장르 사랑은 한결같아 보인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매우 복잡한 퍼즐처럼 녹록지 않은 범행 트릭을 파헤치는 추리 장르에 대한 관심은 우리 아이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초등학생이 된 고등학생 탐정이나, 명탐정이었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이야기들이 세대를 초월하는 ‘애니메이션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추리 장르를 향한 아이들의 마르지 않는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이처럼 ‘믿고 보는’ 추리 장르에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더해 보자. 여기에 명민한 추리를 해 나가는 탐정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열네 살 소녀라는 설정까지 더한다면 어떨까.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경성 새점 탐정』은 일제 강점기와 탐정과 기억상실이라는 세 가지 소재의 조화를 탁월하게 이루어 낸 추리동화이다. 기억을 모조리 잃은 채 발길 닿는 대로 걸을 뿐인 소녀의 머릿속으로 “너는 살인자다!”라는 비난이 흘러들어 오며 시작하는 도입부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윽고 우연히 만난 새점 할머니를 따라 천장 가득 새장이 걸려 있는 기묘한 판잣집에 들어서면서 소녀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발을 들여놓는다. 새점 할머니로부터 새가 뽑은 점괘 쪽지를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비법을 배워 경성 곳곳에서 일어나는 미제 사건들을 척척 풀어 나가는 소녀에게는 이내 ‘새점 탐정’이라는 별명이 생긴다. 그러나 백 점 만점의 새점을 치는 소녀의 주위로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일본 순사와 독립군까지 얽혀들며 새점 탐정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새점을 둘러싸고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은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오감을 자극하고 이야기 진행의 보폭이 크고 흥미롭다’는 심사평에 걸맞게 독자가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다. 해마다 등장하는 수많은 탐정들 사이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해 깊이 아쉬웠던 독자라면, 국내 최초 등장하는 ‘새점 탐정’의 활약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경성 +새점 +탐정이 만나 동화의 새 지평을 열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탐정이 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의뢰가 들어온 사건의 개요만 듣고도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이 있는가 하면 2인 1조로 팀을 이루며 추리의 ‘합(合)’을 보여 주는 탐정 콤비가 있고, 그런가 하면 누군가의 요청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사생활을 염탐하는 그림자 탐정도 있다.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경성 새점 탐정』은 추리 장르 아래 존재하는 수많은 탐정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새점 탐정의 등장을 알린 작품이다.
삼일 만세 운동으로 일본의 탄압이 더욱 거세졌던 1919년,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감돌던 경성에 탐정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소녀 하나가 나타난다. 고집스럽게 튀어나온 이마에 왕방울만 한 눈 그리고 새하얀 피부를 가진 앳된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지만 일본 순사가 묻는 사건의 범인에 대해서는 막힘없이 답한다. 그리고 그 답은 귀여운 한 마리의 새가 뽑은 종이 쪽지에 적혀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로부터 단서를 얻어 어른들도 풀지 못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새점 탐정의 등장은 어수선하던 경성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그리고 해결 못한 미제 사건들로 발을 동동 구르던 경성 순사들은 백발백중 새점 추리를 선보이는 소녀의 힘을 인정하고 정식 수사 자문 위원으로 임명하기에 이른다. 뛰어난 관찰력과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경성의 유명 인사가 된 새점 탐정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작품의 절정은 추리 장르만의 짜릿한 전율이 동화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한다.
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이자 치과의사로 경기북부경찰청 골격수사연구회 자문위원으로 활약하며 변사체의 치아를 감식하고 있는 김재성 작가의 첫 번째 추리동화 『경성 새점 탐정』은 기억을 잃은 소녀의 눈으로 일제 강점기의 경성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 내는 동시에,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의 세밀한 관찰을 통한 추리를 선보이며 추리동화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 준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복선들은 모든 비밀이 베일을 벗기까지 쉬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비로소 추리가 완성되었을 때의 큰 쾌감을 느끼게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추리 장르의 매력을 한껏 살린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경성 새점 탐정』은 피상적인 교훈을 전달하거나 요즘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묘사할 뿐이라는 동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좋은 동화가 되어 줄 것이다.
주요 내용
삼일 만세 운동 이후 일본의 탄압이 거세져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감돌던 1919년, 세련된 세일러복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여자아이 하나가 경성 시내를 정처 없이 걷는다. 과거의 기억을 모조리 잃은 채 발길 닿는 대로 걸을 뿐인 소녀는 청계천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묻는 것을 막힘없이 대답하는 용한 새점 치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새점 할머니가 찾아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할머니를 따라 천장 가득 새장이 매달린 기묘한 판잣집에서 지내기로 결심한다. 일본 순사에게 모진 발길질을 당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게 된 할머니를 보살피며 소녀는 할머니로부터 백발백중의 새점 치는 비법을 배운다. 하지만 할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새점을 치러 나간 청계천에서 또다시 순사를 만나게 되고, 소녀는 속임수로 경성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잡혀갈 위기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