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와 마음을 나누며 장애의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
동화작가 박윤규는 지금까지 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왔다. 동물 이야기는 동화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 보는 소재이지만 박윤규 작가만큼 뚜렷한 철학과 높은 완성도를 갖고 지속적으로 다룬 작가는 많지 않다. 지리산 마지막 호랑이 ‘부루’가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벌인 끝에 진정한 산왕으로 거듭나는 『산왕 부루』(푸른책들, 2002)나 외래종 물고기에 맞서 우리 강과 호수를 지키려는 토종 민물고기 ‘하킴’의 싸움을 다룬 『버들붕어 하킴』(현암사, 2005)은 박윤규 작가의 동화 세계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대표작들이다.
박윤규 작가는 『내 친구 타라』(푸른책들, 2006)에서도 역시 동물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타조라는 동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타조 농장에 대한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타조의 생태를 적절히 활용해 타조라는 동물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내 친구 타라』는 타조 이야기라기보다 사람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옳다. 사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어울려 소통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이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푸름이가 타조와 교감을 하면서 신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새엄마를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을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얼핏 이야기는 푸름이 아빠와 채송화 선생님 간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이지만 결국 『내 친구 타라』에서 주목할 부분은 어른들 세계를 바라보는 아이의 심리 상태이다. 아기타조 ‘타라’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근육병을 앓는 푸름이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푸름이는 좋아하는 선생님이 새엄마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절망하고 아파하지만 곧 이해하기로 결정한다. 타조라는 독특한 동물을 소재로 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마지막에 아빠와 선생님의 사랑을 위해 타라를 타고 달리는 푸름이의 행동에서는 아이도 얼마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진리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