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속마음에 울리는 파동마저 담아내다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노는 시인, 김영의 두 번째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 출간!
오늘따라 스산하게 느껴지는 집 안에서 혼자 오도카니 가족을 기다린 기억은 누구나 흔히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요즘, 아이들의 외로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오지만, 실은 이전 세대에도 밭으로 바다로 일터로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쓸쓸함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때엔 보다 많은 형제들 혹은 동네 친구들이 곧잘 적적함을 잊게 해주었다면, 지금은 학원과 인터넷과 핸드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어떤 환경이든 간에, 또 생각지 못한 의외의 순간에도, 찰나의 외로움과 고독감은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에게 찾아왔다 사라지고, 그 순간이 남긴 흔적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란다. 시인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발랄함 너머로 삶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친 그들이 어렴풋이 느껴 가는 가지각색의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한다.
강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종종 떠밀려 가는/어린 물새 한 마리//하늘은 구름 몇 조각 남기고/바삐 저물어 가는데//어미새는 오지 않고/친구 하나 없이/덩그러니 남아 있다.//(중략)//가여운 물새 두고 가기 싫어/찰랑찰랑 강물을 휘저어 본다./가다가 자꾸만 돌아다본다. -「물새 한 마리」 중에서
혼자 있는 어린 물새의 모습이 아이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란 순박한 동정심만으로 단순화하기에는 형용하기 힘든 파동이 있음을 동시는 그대로 담아낸다. 일하러 간 엄마를 끝내 기다리다가 아슴아슴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한 아이는 엄마의 기척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대단한 엄마」), 집안 사정으로 등교하지 못한 친구의 빈자리는 풍경마저 달라 보이게 만든다.(「기도」) 아기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할아버지의 멀고 먼 산책길을 눈으로 쫓는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이 찔끔 나온다.(「외할아버지」)
제3회 푸른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하고 첫 동시집 『떡볶이 미사일』에서 진정성 있는 동시들을 선보였던 김영 시인이 5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을 출간했다. 지난 20여 년간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해 온 시인은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어른이다. 문학 작품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솔직한 감정에 귀 기울여 왔던 만큼 아이들의 속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 주었던 시인은 다시 한 번 섬세한 감성을 품은 동시로 독자들을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