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한 선생님 시인이 그려 내는 반짝이는 동심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이정환 시인의 신작 동시조집 출간!
이정환 시인은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된 뒤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여 여러 권의 시조집과 시조 비평집을 꾸준히 출간했으며, 중앙시조대상·이호우시조문학상·가람시조문학상·한국시조작품상 등 권위 있는 시조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이미 시조단에서 일가를 이룬 시인이 동시조를 쓰게 된 계기는 한 아이의 말 덕분이었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며 4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온 시인은 “우리가 알기 어려운 것 말고 잘 알 수 있는 것들을 시로 쓰셨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에 “그래 알았어, 이제부터 선생님은 너희들의 이야기를 시로 쓰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약속한 다음 해에 펴낸 첫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는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으며, 「친구야, 눈빛만 봐도」, 「혀 밑에 도끼」, 「공을 차다가」 등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며 지금도 널리 애송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시인은 당연하게도 그 시간들 역시 아이들과 함께 보냈으며, 이제는 정년퇴임으로 교단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소중한 결실들을 모아 신작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을 출간했다.
참새 떼 뛰듯
하늘다람쥐 날듯
줄을 힘차게 돌려 무수히 뛰어오르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내려오는 것 보여요.
-「줄넘기」 전문
힘차게 줄넘기를 하는 아이의 눈에 걸린 하얀 구름은 뜀뛸 때마다 하늘 아래로 내려온다.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의 맑은 시야가 눈앞에 그려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교감을 이룰 때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동시조, 어른이 읽어도 행복한 시가 될 수 있’다는 시인의 말처럼 『일락일락 라일락』의 동시조들은 아이들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창작된 동시조들은 그래서 반짝반짝 빛나는 동심으로 가득하다.
또한 이 책에 실린 동시조들은 시조는 어렵다, 딱딱하고 형식적이다, 하는 편견을 단숨에 뒤집어 버릴 만큼 쉽고 재미있다. 형식의 틀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유롭고 다양한 주제를 담았지만 운율이 절로 느껴진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동시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할 『일락일락 라일락』이 전작들에 이어 또 한 번 오랫동안 사랑받는 동시조집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자연과 멀어져 가는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생명의 노래
이정환 시인은 요즘 아이들이 자연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자연과 더불어 자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에 나가 ‘나무 만나기’를 했던 시인은 이 땅의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그러한 바람이 담긴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에는 라일락·백목련·아카시아·봄비·사과나무·풀무치·참새·너럭바위 등 아이들의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자연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또한 아이들은 이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스스럼없이 교감한다. 동시조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자연은 그저 한 액자 속에 나란히 담긴 그림이 아니며, 아이들은 자연을 만지고 느끼고 말을 걸며 그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봄날 오후
나무 안기
놀이를 합니다.
따사한 햇빛 속을 또박또박 걸어 나와
커다란
나무 안다가
나무에게 안기다가.
-「나무 안기」 전문
또한 자연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기도 하다. 늘 변화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자연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상상력을 키워 나간다. 호랑가시나무를 보면 저절로 나무 아래에서 뒤척이는 호랑이를 떠올리는 천진한 아이들처럼 말이다.
있을 것 같죠.
꼭 있을 것 같죠.
있을 듯하면서도
정작 없는데도
어딘가
있을 것 같죠.
곧 뒤척일 것 같죠.
-「호랑가시나무 아래 호랑이는」 전문
시인이자 아동문학 비평가인 신형건 시인은 『일락일락 라일락』에 수록된 시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정환 시인은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주변의 자연과 사물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한껏 불어넣어 모두모두 아이들 곁으로 데려왔다. 이제 아이들은 그의 동시조를 읽으면서 자연을 더 가까이 체험하고, 또 자연 속에 들어가 뛰놀면서 마음속에 남아 있는 동시조의 감흥과 여운을 되새길 것이다.” 이처럼 『일락일락 라일락』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와 풀꽃, 곤충과 새들을 다시금 슬그머니 들여다보게 만들며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여운을 남길 것이다.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1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