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들마루’는 ‘하늘과 가까이 있어 가장 먼저 해가 돋는 마을’이라는 뜻인 ‘돋을마루’의 변형된 이름으로서, 충청북도 어디쯤에 있을 법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그 동안 시골 사람들의 풋풋한 정서를 동화 속에 꾸준히 담아온 작가 이금이는 이 작품에서도 ‘도들마루’를 배경으로 하여 바보스런 스무 살 청년과 순박한 여덟 살 소년의 아주 특별한 우정을 정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은우’라는 소년이 ‘깨비 형’을 처음 만났던 여덟 살 봄날을 회상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누구나 ‘바보’라고 업신여기는 깨비 형과 교감하면서 차츰 마음의 나이를 먹고 성장해 가는 소년 은우의 입을 빌어, 마음 속에 온갖 편견을 가득 담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바보’임을 담담한 목소리로 일깨운다. 그리고 진정한 ‘우정’이란 마음과 마음이 서로 길을 내어 끊임없이 오고감으로써 생겨나는 것임을 보여 준다.
한편, 이 책에 그림을 그린 화가 김재홍은 이 작품 속의 주요 무대인 미루나무 길과 사과밭 풍경을 그리기 위해 충주시 동량면 건지 마을로 취재여행을 갔었다고 한다. 화가는 산꼭대기에 널찍하게 펼쳐진 사과밭을 내려다보는 순간 그곳의 풍광에 압도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이백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화가는 이야기 속 ‘도들마루’의 풍경을 생생하고도 아름답게 재현하였다.
작가의 담담한 목소리와 화가의 투명한 그림이 한데 어우러진 이 책은, 연못에 던져진 조그만 돌멩이 하나가 잔잔한 물결로 연못을 다 채우듯 독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