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책을 통한 관계맺음
책은 참 많은 일을 한다. 우리 익히 알고 있는 ‘학습적’인 역할 외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책을 모두가 함께 읽음으로써 정서적 일체감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취지로 순천시, 원주시, 부산시, 익산시 등에서 개최한 바 있는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 역시 이러한 책의 역할을 이용한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100년도 더 전에,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작가가 쓴 책이 세기와 국경을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꾸준히 그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책의 힘은 얼마나 위대하겠는가. 바로 그 위대한 힘을 지닌 책이 『어린 왕자』이다. 『어린 왕자』는 세계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출판된 책이라고도 한다. 우리 나라에 나와 있는 무수한 판본들을 고려해 봐도 그 힘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니 『어린 왕자』를 통해 맺어진 인연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법정 스님은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린 왕자』를 읽고 좋아하는 사람과는 금세 친화력을 느끼고 벗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처음 『어린 왕자』를 소개해 준 친구를 은인과도 같다고 여기고 있다.
『어린 왕자』라는 책을 처음으로 내게 소개해 준 벗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한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벗이다. 너를 대할 때마다 거듭거듭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벗은 나에게 하나의 운명 같은 것을 만나게 해 주었으니까.
지금까지 읽은 책도 적지 않지만, 너에게서처럼 커다란 감동을 받은 책을 많지 않았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나한테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經典)이라고 한 대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누가 나더러 지묵(紙墨)으로 된 한두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선뜻 너를 고르겠다.
- 법정 스님, 「영혼의 모음」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 마음 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어린 시절, 그 어린 시절 특유의 순수함과 명철함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사람들에게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린 왕자』는 지금부터 또 한 세기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그 감동을 이어갈 것이다. 더불어 ‘『어린 왕자』 인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