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피에게 아주 행복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대범하고 호기심많은 황금 생쥐 래그위드에게 청혼을 받아 가장 행복한 생쥐로 기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고도 수리부엉이 '미스터 오칵스'의 허락을 받은 것도 진정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래그위드는, 미스터 오칵스에게 잡혀 먹이가 되어 파피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파피에게 닥친 비극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모른채 집으로 돌아온다.
파피의 아빠 렁워트는 많은 가족들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점점 불어나는 가족들에게 닥친 식량 부족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강행해야 한다. 새로운 터전으로 지목한 곳은 미스터 오칵스가 사는 딤우드 숲을 지나 있는, 넓은 옥수수밭을 곁에 두고 있는 뉴하우스이다.
렁워트는 고슴도치로부터 생쥐 가족을 보호해주는 미스터 오칵스에게 이사를 허락해 달라는 간절함을 담은 연설문을 들고 파피를 앞세워 그의 둥지를 찾는다. 미스터 오칵스는 먹이감사냥에서 두 번이나 놓쳐버린 파피를 본 순간, 렁워트의 간절한 제안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많은 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렁워트는 앞날이 걱정되어 병이 나고, 파피는 래그위드를 말리지 못하고 마을을 벗어난 실수가 가족 모두를 궁지로 몰았다는 생각이 괴롭힌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파피 자신의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정말로 자신과 래그위드가 저지른 일 때문에 다른 쥐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못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희생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 수염을 타고 배개 위로 뚝 떨어졌다.
89쪽
파피의 모험은 시작된다. 미스터 오칵스의 눈을 피해서 뉴하우스까지 가보는 것, 그 곳에 있는 무엇이 생쥐들의 이사를 막는 중대한 이유가 되는지 파피는 알아보기로 한다. 강을 건너야 하고, 숲을 지나야 하는 길고 긴 여정을 파피는 시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비극이 가족 모두에게 비극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은 그녀의 도전은 용기이고 희생이다.
미스터 오칵스는 머리가 아프다. 뉴 하우스에서 목격한 것과 뉴 하우스로 이사를 가겠다고 요청하는 생쥐 가족 때문이다. 곁에 두고 언제든지 먹이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쥐들의 이사와 새로운 누군가의 등장은 평화롭던 미스터 오칵스의 생활을 뒤흔들어놓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심기를 자꾸만 건들어오는 작은 생쥐 파피의 등장은 더욱 그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파피의 모험길에 빛이 되어준 고슴도치 에레스의 등장은 이야기에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직선적이고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나 할 법한 말투의 소유자 에레스는, 그 동안 생쥐 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비밀을 한번에 뒤집어주는 명쾌한 답변과 함께 미스터 오칵스를 한방에 제압하는 통쾌함을 보여주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중인 파피에게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잘 들어, 오칵스. 자네와 마찬가지로 이 생쥐에게도 어디를 가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네. 자네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게!"
152쪽
작은 영웅 파피, 로맨스틱한 상황에서 시작된 파피의 시간이 가족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자신의 희생만이 필요한 절박한 시간으로, 천적인 고슴도치와 숲의 지배자 미스터 오킥스의 눈을 피해 뉴 하우스까지 가야 하는 숨막히는 모험의 시간을 혼자서 견뎌야 한다. 외로움 또한 파피가 이겨내야 하는 디딤돌임에 틀림없다.
표지에 그려진 생쥐 한 마리, 왼쪽 귀에 매달린 귀걸이와 두 손으로 힘껏 잡고 있는 고슴도치 가시까지, 달빛이 고운 하늘 아래 마치 꼬마 전사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 『파피』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도 용기도 도전도 필요하다. 그것이 누군가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상상놀이터 • 좋은 책은 무한한 상상력이 뛰노는 놀이터입니다.
책 속의 상상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놀다 보면, 세상과 삶을 보는 지혜를 저절로 터득하게 된답니다.
★ 보스턴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올해의 책
★ 뉴욕공공도서관 올해의 책
‘보스턴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파피』 출간!
<상상놀이터> 시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 딤우드 숲 맨 끝자락에는 불에 새까맣게 그슬린 늙은 떡갈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의 수리부엉이가 그 위를 지키고 있다. 마치 죽음을 연상케 하는 그의 이름은 미스터 오칵스. 그 누구도 감히 딤우드 숲의 지배자인 그의 뜻을 거스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짙은 어둠이 숲을 감싼 어느 날 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거리를 찾는 그의 두 눈에 생쥐 두 마리가 들어오고 그중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다. 한편 미스터 오칵스의 날카로운 발톱으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파피는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줄로만 알았던 그가 실은 위협적인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스터 오칵스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시작한다. 과연 파피는 미스터 오칵스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무사히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애비는 『파피』를 통해 강한 자들이 힘으로 지배하는 세상, 약한 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오늘날을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거짓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약하지만 용감하게, 두렵지만 대담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파피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파피와 어두운 숲속을 함께 헤쳐 나가며 한바탕 모험을 즐기는 독자들의 마음속에는 용기와 희망이 가득 차오를 것이다. 흥미진진한 구성과 뛰어난 묘사, 책 속 가득 재치 있는 유머가 담긴 ‘보스턴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파피』를 만나 보자.
‘뉴베리 상’ 3관왕 애비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자연 이야기
-우리가 꿈꾸는 작은 영웅
작고 연약한 주인공이 사악한 악당을 물리치고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다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파피』는 익숙한 주제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풀어나가고 표현하는지에 따라 들려 줄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크리스핀의 모험』, 『캡틴 샬럿』,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까』로 ‘아동청소년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뉴베리 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애비는 『파피』에서도 이러한 자신의 장기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박진감 있는 이야기 전개, 흡인력 있는 문장, 사실적인 표현으로 금방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등장인물들, 치밀한 배경 묘사 등으로 독자들을 순식간에 책 속으로 끌어당기며 깊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지금 파피가 있는 곳은 누군가 햇빛을 훔쳐가 버렸다 해도 놀랍지 않을 만한 장소였다. 가느다란 빛줄기들만이 어둠을 뚫고 들어와 우윳빛이 도는 푸르른 공기 중에 맴돌았고, 공기에선 솔방울과 월귤나무, 향나무 등의 달콤한 향이 났다. -본문 115쪽
키 큰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강한 햇빛도 간신히 비집고 들어오는 깊은 숲속, 그곳에 작고 앙증맞은 생쥐 한 마리가 있다. 이 생쥐는 행여나 다른 큰 동물에게 들킬세라 불안한 눈으로 연신 사방을 살피면서도 틈틈이 예쁜 꽃을 만나거나 좋은 향기를 맡으면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코를 킁킁거리며 향기를 음미한다.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여 한낮에도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딤우드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파피』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행동을 보면 저자가 실제 동물을 치밀하게 관찰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독자들은 동물의 습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월귤나무, 향나무 등 다소 생소한 이름들의 식물들도 눈에 띄는데, 애비는 특유의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표현들로 자연을 아름답게 펼쳐내 독자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준다. 독자들은 『파피』를 읽으며 생태를 저절로 파악하고 익힐 수 있다.
주요 내용
딤우드 숲의 맨 끝자락엔 불에 새까맣게 그슬린 늙은 떡갈나무가 서 있었다. 그곳엔 달빛을 배경으로 수리부엉이가 검은 실루엣처럼 앉아 있었다. 마치 죽음을 연상케 하는 모습의 그 부엉이는 바로 미스터 오칵스. 짙은 어둠과 완전한 정적 속에서 그는 매서운 눈길로 자신의 땅이라 일컫는 곳을 뚫어져라 살폈다.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 중 누구도 숲의 지배자이자 포식자인 그의 길을 감히 건너지 못했다. 사랑에 빠진 작은 쥐 한 쌍이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추러 간 그 끔찍한 밤이 오기 전까지는…….
내가 주인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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